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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ug 30. 2022

장자를 달린다 7 :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 7편 <응제왕(應帝王)>

지인의 마음 작용은 거울과 같다. [至人之用心若鏡]

사물을 보내지도 맞이하지도 않는다. [不將不迎]

호응하되 간직하지 않는다. [應而不藏]

그러니 만물과 함께 하면서도 다치지 않는 것이다. [故能勝物而不傷]   

  

대통령 취임 100일만에 백서를 발표하여 자화자찬하는데, 국민들은 속이 끓습니다. <노자> 17장에는 지도자의 등급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최상의 지도자는 백성이 존재만 아는 사람. 그 다음은 친근하여 칭찬받는 사람. 그 다음은 두려워하는 사람. 악은 욕먹는 사람”이라 합니다. 요즘은 지도자란 말 대신 리더라는 말을 주로 쓰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최상의 리더는 어떤 자격을 갖춰야할까요?

조지프 나이는 군사력이나 경제적 압력 등 강한 힘으로 주변과 관계를 맺는 하드 파워(hard power) 대신 문화나 가치 외교정책 등을 바탕으로 설득과 동의의 관계를 맺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노자의 정신을 적용해보자면, 아마도 노자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적용할 수도 있을 법합니다. 그렇다면 장자는 어떠한 리더십을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응제왕>편에서는 이를 살필 수 있는 다양한 지도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처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순임금과 태씨입니다. 순임금은 중국을 태평천하로 만들었다는 요순시대의 대표적 임금입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리더지요. 하지만 포의자의 평가는 다릅니다. 천하의 순임금이 할지라도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이원론적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무명인에 가까운 태씨는 이러한 이원론적 세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인물로 평가를 받습니다. 태씨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잘 때는 느긋하고, 깨어있을 땐 덤덤하고, 때로는 스스로 말이 되고, 때로는 소가 되는” 존재입니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인간의 규범과 법도를 중시하는 견오와 미치광이 접여인데요. 여기서도 미치광이는 규범과 법도 따위는 거짓된 덕에 불과하고 그러한 것으로 천하를 이끄는 것은 “바다를 걸어서 건너고, 강을 손으로 퍼내고, 모기에게 산을 지라고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라 말합니다. 뒤이어 등장하는 천근과 무명인의 대화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천근이 무명인에게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묻자, 무명인은 그러한 질문 자체를 불쾌해하면서 “마음을 담담히 놀게하고, 기운은 광막한 세계를 맞추며, 일은 자연을 따르고, 사심을 개입시키지 않는다면 천하는 잘 다스려질 것이”라고 말하지요.

양자거를 만난 노담(노자)는 훌륭한 왕이라는 자들은 “지혜만 앞서고 재주에 얽매여 몸을 지치게 하고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자”라고 말하고 이러한 자들은 “범이나 표범의 가죽무늬 때문에 사냥꾼을 불러들이고, 원숭이나 너구리를 잡는 재주 때문에 목줄을 매는 개의 신세”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이 댓가나 유명세를 바라고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듯이, 리더의 공적도 그러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신통방통하게 운명을 잘 맞추는 무당 계함에게 홀딱 빠져 정신을 못차리는 열자에게 스승 호자는 마음을 비우고 바람부는 대로 나부끼고 파도치는 대로 흐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무당을 내쫓고, 제자에게 깨달음이 부족함을 일깨워줍니다. 이후 열자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는 “자신이 부족함을 절감하고 집으로 돌아가 3년 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으며 아내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사람을 먹이듯 돼지를 키우고 세상사의 시비에서 벗어납니다.”     


이 모든 에피소드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는 장자의 리더관은 이렇습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특정한 이념이나 윤리관으로 벗어나, 만물을 섬기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 자신의 앎을 자랑하지 않고 마음을 비워 자연과 더불어 놀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처지가 어떠하든 자연이 댓가나 이름 없이 성실하듯,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성실하게 봉사하는 사람, 사람처럼 동물을 보살피고, 스스로 말이 되고 소가 될 수 있는 사람, 그러한 사람이 세상을 이끌 수 있는 참된 리더입니다.     


그러한 리더의 마음씀은 거울과 같습니다. 거울이 외부 대상을 의도적으로 맞이하거나 배척하지 않듯이, 리더는 주변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이념이나 도덕이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습니다. 오면 응하고 가면 간직하지 않습니다. 호오(好惡)나 시비(是非)를 벗어나 있으니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사로잡히지 않으니 상처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리더말고 비판하고 충고하고 조언하고 교정하려는 리더들이 넘쳐납니다.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히고 감정에 휘둘립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마음대로 개입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망가뜨립니다. 상대방에서 의견을 묻지도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상대방은 구멍이 뚫리고 숨이 막히고 위험해지고 죽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입니다. 슬프게도 장자 내편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혼돈’의 죽음이야기입니다. 친절과 환대를 베풀었음에도 손님들의 과잉 개입으로 죽고마는 혼동의 모습처럼, 잘못된 리더는 세상을 망치고 죽일 수도 있다고 장자가 경고하는 듯 합니다. 무섭고도 떨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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