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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an 17. 2023

장자를 달린다 25 : 출세주의자에게

- 25편 <칙양(則陽)>

성인은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聖人之愛人也]

사람들이 그에게 성인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人與之名]

그러나 남이 얘기해주지 않으면 그 자신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不告則不知其愛人也]

그러나 그것을 알든, 모르든, 들었든, 듣지 못했든 [若知之 若不知之 若聞之 若不聞之]

그가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끝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其愛人也終無已]

사람들이 그를 통하여 편하게 지내게 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人之安之亦無已]

그것은 본성이기 때문이다. [性也]     


출세를 하거나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출세나 부자가 되기 위한 비결을 알려주는 책들도 인기가 높습니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를 만나라고 충고하기도 하고, 권력을 갖고 싶으면 권력자 옆에 줄을 서라고 합니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고 불평합니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칙양> 편에는 출세주의자 칙양이 등장합니다. 그가 초나라에 놀려갔을 때, 지인인 이절을 통해 초나라 임금에게 연줄을 넣으려고 하지만 실패합니다. 그래서 또 다른 지인인 왕과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며, 왜 자신을 초임금에게 소개해 주지 않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왕과는 자신은 지혜도 이절만 못하고, 덕도 공열휴만 못한데 어찌 왕께 남을 소개할 수 있느냐고 물으며 정중히 거절합니다. 그러면서 만약에 소개자가 필요하다면 공열휴에게 부탁하라고 말합니다.

칙양은 공열휴가 어떤 사람인지 묻습니다. 왕과가 말합니다. “그가 곤궁할 적에는 식구들로 하여금 그의 가난함을 잊게 만들고, 그가 출세를 했을 경우에는 임금이나 대신들로 하여금 벼슬과 녹을 잊고서 스스로 겸허하도록 만듭니다. 그는 외물에 대하여는 외물과 동화하여 즐기고, 사람들에 대하여는 도가 서로 통하게 하고 즐김으로써 자기의 본성을 보전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는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로 하여금 화합하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고, 사람들과 나란히 서 있으면서도 사람들을 동화하게 만듭니다. 그들을 모두 아버지와 아들 같은 정으로 귀착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가만히 들어앉아 있어도 그가 세상에 베푸는 바를 한번 살펴보면,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효과가 이와 같이 위대합니다.”     


한마디로 공열휴는 자신의 본성을 따라 사는 성인(聖人)인 셈이지요. 본성을 따라 사는 성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성인은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에게 성인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것입니다. 그러나 남이 얘기해주지 않으면 그 자신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알든 모르든, 그것을 듣든 듣지 못했든 그가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끝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사람들이 그를 통하여 편하게 지내게 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지도 모르면서 사랑을 하는 사람, 베푸는지도 모르면서 베푸는 사람, 아름다운지 모르면서 아름다운 사람. 그는 부유하든 가난하든, 높은 지위에 있든 낮은 처지에 있든, 많든 적든 그것을 즐기며 사람들과 화합하며, 그들과 함께 하며 자신의 본성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와 반대로 출세주의자들은 많으며 교만해지고 없으면 불평불만을 토로하며, 권력을 누리면 억누르고 없으면 비굴해집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출세를 하든 못하든 그는 하늘이 준 본성을 보전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하늘이 준 본성을 잘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 부유함과 출세함이 아닐까요?      


우리의 삶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갈마들 듯이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봄이 여름을 시기하거나, 여름아 가을을 질투하거나, 가을이 겨울을 질시하지 않듯이, 우리네 삶도 그렇게 자연의 본성대로 살아가면 어떻겠습니까? 재산이 많아 부유하면서 더 부유함을 원하고, 지위가 높아 출세를 했으면서도 더 출세하기를 바라는 것은 자연의 변화법칙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부자 삼대 못 가고, 권력도 십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입니다. 

그런데도 강대국은 약소국을 괴롭히고, 부유한 나라는 가난한 나라를 업신여깁니다. 땅이 많은데도 더 많은 땅을 원하고, 집이 넓은데도 더 넓은 집을 원합니다. 한도와 경계가 없는 욕망은 본성을 망치고 패가망신으로 귀결됩니다. 주변이 불행한데 자신만 행복하다면, 주변은 가난한데 자신만 부유하다면, 주변은 약한데 자신만 강하다면, 주변은 앓고 있는데 자신만 건강하다면, 자랑할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할 일입니다.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경고합니다. “사람들은 자연으로부터 도망을 치고, 그의 본성을 떠나 타고난 성정을 없애고, 그의 신명을 잃고서 여러 가지 세상일에 종사합니다. 그러므로 그의 본성을 거칠게 함부로 다루는 사람은 욕망과 증오의 움이 터서 그의 성격을 이룹니다. 갈대 같은 잡초들이 자라나 처음 싹이 틀 때에는 나의 몸에 도움을 줄 듯이 보이지만 곧 나의 본성을 뽑아버려, 위쪽은 무너지고 아래쪽은 새면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 퍼져나갑니다. 그래서 종기와 부스럼이 생기고, 열병에 걸리고, 당뇨병이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노자의 제자 백구는 권력자에게 경고합니다. “옛날의 임금들은 이득은 백성들에게 돌리고, 손실은 자기에게로 돌리었습니다. 정당한 것은 백성들에게 돌리고, 비뚤어진 것은 자기에게로 돌리었습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실수가 있을 때에는 물러나서 스스로를 책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숨어서 일을 결정하고는 알지 못하는 자들을 우롱하며, 크게 어려운 일을 하게 하고는 감히 하지 못하는 자들을 벌줍니다. 무거운 임무를 맡겨 놓고는 감당하지 못하는 자들을 처벌합니다. 먼길을 가게하고는 이르지 못하는 자들을 처형합니다. 

그리고 백성들의 능력과 지혜가 다하면 곧 허위로 일을 충당합니다. 위정자가 날로 허위적인 일을 많이 하게 되면 백성들이 어떻게 허위의 일을 하지 않게 되겠습니까? 힘이 부족하면 속이게 되고, 지혜가 부족하게 되면 자기를 놓게 되며, 재물이 부족하게 되면 도둑질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도둑질하는 것을 누구의 책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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