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려던 인문학 프로그램이 수강생 신청이 너무 적어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덤덤하게 알았다고 대응했다. 계획했던 일들이 무산되는 일은 그저 작은 일 하나가 사라지는 것에 불과하지만, 나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사절'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나는(우리는) 당신을 사절합니다."라고 시대가 말하는 것 같다.
외상 사절, 면회 사절, 신문 사절처럼 사절이란 말은 관계 끊음과 관련이 있다. 느낌상 '환대'의 정반대 지점에 놓여있는 단어다. 나는 이제 "칭찬도 모욕도 놀란 듯이 대하라"는 노자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노자의 경지는 오르지 못해 조금은 씁쓸하고 조금은 쓸쓸하다. "84일 동안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했다."는 노인 산티아고(성 야고보)는 그 낭패감을 어찌 견뎠을까? 다시 조각배를 타고 망망대해에 몸을 던져야 하겠지만, 오늘은 다친 영혼을 보살펴야겠다. 거창하게는 말고, 그저 소주 한두 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