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가지무침
마트 다녀오는 길,
길모퉁이에 할머니 한 분이 가지를 팔고 계신다.
가늘고 길게 생긴 가지가 5개에 2,000원이란다. 마트에서 파는 것은 뚱뚱하지만 이것은 당신이 직접 기른 것이라 이렇게 생겼다고 하신다. 그 말을 믿어서라기보단 빨리 완판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방에 담아 왔다.
남편은 쪄서 무치는 옛날식 가지 요리를 좋아하지만 아이들과 나는 물컹한 식감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다. 그러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이면 이 물컹한 가지 무침이 여름보다는 이상하게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가지는 5센티 길이로 나란히 나란히 잘리고 있다. 베란다에는 늦가을 햇살이 비스듬히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옳지, 가을 햇살을 가득히 담아보자.
잘린 가지를 바구니에 담아 늦가을 햇살 속에 내다 놓았다. 이틀 동안 가지는 꾸덕꾸덕하게 마르고 있다. 얼른 데려와 찜기에 올려 살짝 찐다.
양념은 작년에 담근 집간장과 홍고추, 청고추와 파를 쫑쫑 썰어 넣고 참깨와 참기름을 둘러 조물조물 무친다. 졸깃한 기운이 살짝 있는, 식감만으로는 가지라고 할 수 없는, 아주 좋은 식감의 가지 무침이 되고 말았다.
가을 햇살 가득 담긴 말린 가지 무침
맛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은 흔한 가지가 품절 가지가 되는 날이다.
가을 햇살에 부지런히 가지를 말려야겠다.
딱, 두 밤씩 만.
가을 바람 ...
가을 햇살 ...
작은 기쁨 ...
작은 행복 ...
오늘의 선물입니다.
1 - 가을볕에 이틀 동안 말린다(5개)
2- 찜기에 7분 동안 찐다
3- 파, 홍고추, 청양고추 쫑쫑쫑 썰어 넣고,
4- 집간장 한 숟가락에 통깨와 참기름 둘러 조물조물 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