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무침
지역 농산물 축제에서 생도라지를 샀다.
남편은 힘들게 까야하는 도라지를 왜 사냐며 의아해 하지만, 난 도라지 까는 일이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물론 허리와 어깨가 아프기도 하지만 싱싱한 도라지를 먹을 수 있으니 다 용서할 수 있다.
나에게 밭뙈기라도 생기면 도라지를 심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아마 보라색, 흰색으로 피는 꽃색과 모양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지금은 그런 낭만은 사라지고 맛있게 먹을 궁리만 하고 있다.
도라지를 한뿌리씩 까고 있다 보면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머릿속에서 어떤 사람은 까이기도 하고, 어떤 욕망은 잘려나가기도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정리되기도 한다.
- 껍질 벗겨진 하얀 도라지를 가늘게 잘라서 굵은소금을 착~착 소리 나게 뿌려 잠시 절인다.
- 조물조물 주물러 도라지가 나긋나긋 해 지면 두 손으로 물기를 꼬옥 짠다.
- 양념은 고춧가루와 쪽파 잘라 넣고 조청을 넣으면 끝이다.
쓴 맛이 강하여 설탕 한티 스푼 넣어주는 센스도 발휘한다.
도라지 무침
저녁 식탁에 올라간 도라지 무침.
감탄사가 흘러나오게 하는 감칠맛은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내 곁에 있어왔던, 가끔씩 찾아도 서운타 하지 않는 속 깊은 사람 같은 맛이다.
도라지
별것도 아닌데
참, 특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