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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노년 일기

따뜻한 집 밥

by 빨간지붕

일하지 않는 우리 부부의 점심식사는 대부분 각자, 따로 밖에서 먹는 일이 많고 간혹 같이 먹게 되어도 간편하게 먹는 편이다.

오늘 점심은 그동안 아침과 저녁도 얼굴 맞대고 먹어 본 지가 한참인듯하여 밥상답게 차려보자고 오래간만에 냉장고를 털었다. 며칠 전 새벽 배송에 끼워왔던 대패 목살이 딱 눈에 들어온다.

마침, 숙주나물이 있으니 같이 뭘 해 볼까? 그러나 검색해 보기도 귀찮아서 내 맘대로 해 본다. 나는 간편하고 쉬운 요리법을 좋아한다.


-대패 목살을 살포시 냄비에 놓고 생강가루 훗추가루을 뿌리고 다진 마늘 한 블록을 얹는다.

-씻은 숙주나물 한 봉지를 고기 위에 놓고 소금을 뿌린다.

-냄비 뚜껑을 덮고 약불에 숙주나물과 고기를 익힌다.


숙주나물이 익으면서 수분이 생긴다. 고기를 먼저 익히고 숙주나물을 넣었어야 했나? 약간의 후회가 머리를 스친다.


- 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 파 한 뿌리 썰어 넣고 무치듯이 뒤적거린다.

- 참기름 한 바퀴 돌려 넣고 참깨 솔솔 뿌리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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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패 목살 찜



대패 목살은 부드럽게 부서지며 고소함을 품어낸다.

너무 익은 듯했던 숙주나물이 아삭아삭 하며 청량한 소리를 낸다.

고기반찬이 처음인 듯이 듬뿍듬뿍 집어 먹는다. 한동안 숙주나물 씹히는 소리만 들린다.

가볍게 뚝딱 차린 밥상이 점심 특선이 되었다.

대패 목살 찜에 밥 한 그릇 먹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역시,

편안하고 따뜻한 집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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