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속의 봄 - 냉이 주먹밥
시골에 살고 있는 친구네 뒷밭에 냉이가 엄청 많다는 소식에 열일 제치고 달려갔다. 정말 많았다. 냉이 캐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기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지만 정말 못 말리게 즐거운 것이 이 냉이 캐기다.
그런데 봄도 아닌데 이 냉이들은 웬 냉이 일까? 아마도 봄과 일조시간이 비슷해서 봄인 줄 착각하지 않았을까? 이유야 어찌 됐든 싱싱한 냉이를 먹게 되어서 신이 났다.
동글동글 냉이 주먹밥
오늘은 비도 오니 외출 없이 집에서 책을 읽겠다는 남편의 점심밥으로 냉이주먹밥을 만들어 예쁘게 담아놓았다. 주먹밥이 조금 짭짤하다는 말을 남기고 나는 공방으로 향한다.
요즘은 집안일도 곧잘 하고 나의 귀가가 늦을 땐 찌개도 끓여 놓곤 하는 남편이지만, 남편을 집에 두고 나오는 일은 마치 아이혼자 집에 있는 듯한 미지근한 걱정이 남는다. 게으르고 산만한 나보다 훨씬 잘살고(은퇴 후의 삶) 있는 남편을 걱정하는 이 오지랖의 근원은 무엇일까?
나는 공방에서는 주로 그릇을 빚는다. 음식에 어울리는 그릇을 상상하고, 그릇에 어울리는 음식을 생각하는 일은 나에겐 참 즐거운 일이다. 오늘은 둘이 먹을 수 있는 크기의 샐러드볼을 만들었다.
집에 돌아오니, 몇 개 먹고는 말 것이라는 냉이 주먹밥은 온 데 간 데가 없고 긴 네모 접시만 얌전히 엎드려 있다. 조금 짠 듯했지만 입안에 퍼지는 냉이향에 홀려서 그만 다 먹어버렸다고, 그래서 물을 한 컵이나 먹었다고, 너스레를 떠는 남편이마엔 "정말 맛있었음"이라고 쓰여있는 듯하다.
1. 냉이를 쫑쫑쫑 썰어 준비하고, 단백질보충용으로 햄을 다져서 준비한다.
2. 현미유 두르고 냉이를 볶는다 구운 소금 한 꼬집 넣는다.
3. 냉이가 익으면 햄을 넣고 살짝 볶는다.
4. 넓은 그릇에 옮겨 한 김 식힌다.
5. 적당량의 밥에 깨소금과 구운 소금을 넣어 비빈다. ( 밥이 콩밥이어서 콩을 열심히 골라냈다는...)
6. 볶아놓은 냉이와 밥을 섞는다 밥이 뭉치지 않도록 잘라가면 섞는 스킬이 필요하다.
7. 알맞은 크기로 동글동글 주먹밥을 쥔다.
8. 긴 사각 흑유접시에 담고 머리에 통깨 서너 알씩 얹는다.
겨울에 먹는 봄.
입안 가득 봄이다.
봄의 향이 가시지 않는 향기 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