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가한가?
오늘은 재택근무를 하기로 약속한 날이지만, 뜻하지 않은 눈보라와 한파로 쉬는 날이 되었다. 그럼 오늘은 뭐 하지? 갑자기 계획되지 않은 빈 시간이 생기자 잠시 멍~ 정신이 없다. 일단, 요즘 읽고 있던 책을 마저 읽기로 한다.
불편한 편의점 2.
짧게 짧게 읽던 책이라 잠시 내용이 눈에 익지 않는다. 올해 초에 재미있게 읽었던 1편에 이어 같은 등장인물들의 얼마 후의 뒷이야기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듯한 사연들을 수수하게 풀어간 이 소설은 긍정과 희망의 따뜻함으로 마음을 다독여주는 매력이 있다.
" 언젠가 또 다른 전염병이 찾아와 우리를 아프고 불편하게 할지라도 웃을 것이라고.
옆에서 미소를 나눌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웃겠다고. "
마지막 줄을 읽으며 나도 미소가 지어진다. 책장을 덮고 창밖을 보니 눈발이 제법 날린다. 말없이 생각에 잠기고 싶은 시간이다.
이제 점심시간.
외출 없이 집에만 있는 날은 남편도 나도 좀 적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 오늘점심은 고구마를 구울까요? "
" 네 좋아요 "
에어 프라이어에 온도를 올려놓고 고구마를 씻어 넣는다. 곧이어 달콤한 군고구마 냄새가 솔솔 얼굴을 간지럽힌다. 냉동실을 뒤적이다 나온 깐 밤도 은행도 옆에 있던 땅콩도 같이 넣어주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조금 넉넉한 그릇을 찾아 고구마, 은행, 땅콩, 밤을 담고 우유 한잔과 차려놓으니 보기도 좋다. 마주 앉은 노부부는 달콤한 군고구마와 함께 잠시 격조했던 부부사이에 잔잔한 대화를 나눈다. 땅콩껍질도 까주며 서로 먹어보라고 달콤한 흉내도 내본다. 오랜만에 영화도 한편 보자며 남편은 영화를 고르고 조명까지 준비한다.
세월이 갈수록 늙어가는 몸은 달가울 리 없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없이 편안하고 여유로울 수 있다.
오늘도 우리는 한가한 시간 속에 소박한 행복을 찾는다.
just be here now
지나간 일로 슬퍼하지 말고 다가올 일로 얼굴 찌푸리지 않는 것 그저 지금을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