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
오늘은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다
가까이 사는 20개월 된 손자를 아침9시에 데려와 놀아주고 먹여주고 씻겨주고 5시에 데려다주는,
주중에 한 두 번씩 하는 일을 나는 재택근무라고 칭한다.
나의 이런 일상을 아는 친구들은 오늘 혹시 근무인가 아닌가를 먼저 확인하기도 한다.
다칠까 봐, 탈 날까 봐, 놀랄까 봐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는 정신노동이기도 하지만, 나는 아이 돌보는 힘든 날이라기보다는 잘생긴 남자랑 테이트 하는 즐거운 날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도착하면 유모차에 태워 먼저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본다. 강아지도 보고, 비둘기도 보고, 연못에서 동맹이 도 던져보고, 어린이집을 가는 또래 아이들도 만난다. 그러다 보면 잠이 든다. 이때쯤이면 잘생긴 남자의 할아버지는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린다. 아직도 아이 돌보는 일은 여자의 일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 돌보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아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잘생긴 남자가 잠든 사이엔 점심을 준비한다. 동생에 밀려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우리 집에서는 되도록이면 영양식으로 먹이려 노력한다.
오늘은 소고기 스튜다. 양송이와 양파, 감자 등의 채소와 소고기를 다져 볶아 푹 끓이면 진한 수프가 된다. 맛있는 것은 아기 입이 더 잘 안다. 오물오물 먹는 잘생긴 남자의 입을 보니 흐뭇하다.
오후엔 부엌에 있는 냄비와 프라이팬을 가지고 놀고, 종이를 찢어 먹기도 하고, 할아버지가 아끼시는 오디오 버튼을 마구 비틀어 놓기도 한다.
끝으로 잘 생긴 이 남자를 씻기고 새 옷을 갈아입혀 차 시트에 매 놓고 나도 마지막 긴 숨을 쉬며 운전대를 잡는다.
등 뒤로 묵진한 피로가 몰려온다.
집 나간 남편은 저녁을 먹고 오겠다는 아주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이제,
나를 위한 시간.
막걸리 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달걀 부추전으로 나를 위로하는 시간.
잘생긴 남자는 오늘 밤 꿀잠을 잘 것이다.
1. 부추 한 줌, 달걀 한 개, 있는 채소들 쫑쫑쫑 썰어 준비한다.
2. 달걀엔 소금 한 꼬집 넣고 풀어 부추와 채소들을 넣어 버무린다.
3. 현미유 두른 팬에 굽는다.
간편하게 만든 달걀 부추전으로 기분까지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