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는 마음
캐슬남매의 부름을 받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한동안 잠잠하던 남편의 오랜 지병의 재발로 냉랭한 바람이 집안을 휩쓸고 있는 중에 반가운 부름이다.
금성에서 온 이 남자, 나의 남편은 화가 나면 말을 하지 않는 고약한 지병으로 화성에서 온 여자인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곤 한다. 아마도 나의 어떤 무엇이 남편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겠지만, 이젠 무엇 때문에 화가 났을까? 도 궁금해지지 않을 만큼의 많은 시간을 살아온 부부가 아니든가.
햇살은 역시 눈부시다. 바람도 상큼하다. 캐슬 남매의 까르륵 대는 웃음은 금성남자를 향한 내 마음의 불편함을 단박에 씻어내 준다.
오늘은 아주 친한 친구의 생일날이지만 먼 곳에 있다는 핑계로 축하전화 한 통이 전부이다. 미역국은 먹었냐는 나의 물음에 친구가 웃음을 터뜨린다.
아내의 생일날을 조심하라고, 어디서 얻어듣기는 했는지 붓지도 않은 미역으로 국을 끓이겠다고 설레발을 치더니 급기야 소고기는 어딨있냐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친구를 깨웠단다.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우리 둘은 한참을 웃어댄다. 친구가 내 남편의 근황을 묻기에 지병이야기를 하자 또 친구가 유쾌하게 웃어댄다. 그래도 네 남자는 생일날 미역국도 잘 끓여주니 내 남자보다는 낫다고 한다.
친구는 내 남자를 보고 네 남자를 용서하라는 명언을 남기고 전화기 속으로 사라졌다.
갑자기 미역국이 먹고 싶어 진다.
눈에 띈 가자미를 넣어 진하게 끓인 미역국 한 그릇씩을 비운 우리 부부는 그만 냉전을 끝내기로 한다.
때론, 화해의 어떤 한마디보다 맛있는 음식 한 그릇이면 용서하고 싶은 넉넉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가자미 미역국
- 깨끗하게 손질한 싱싱한 생가재미에 생강, 마늘, 후추를 넣어 푹 끓인다.
- 푹 끓인 가자미를 체에 걸러 뼈를 골라내어 살만 준비한다.
- 불린 미역을 참기름에 달달 볶는다.
- 가자미 삶은 국물과 뼈 발라낸 생선살을 넣고 중불에서 은근하게 달이듯이 끓여 뽀얀 국물을 낸다
* 다음날 먹은 국물이 더 진하고 더 맛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