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빗속의 소박한 행복
연이틀째 가을비가 추적추적 여름 비처럼 내린다.
이런 날은 괜히 기분이 좋다.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뒹굴해도 마음이 편하다.
창밖을 바라보던 남편도 편하고 좋다며 한마디를 하던 중, 기어코 귀에 걸리는 말을 한다.
" 이런 날 전을 부쳐 먹으면 참 좋지 "
what? . . . . . .
why not? 잠시 생각해보니, 그래 못할 건 또 뭐야?
가을비 감상하던 안주인은 이미 부엌에서 요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앉은뱅이 우리밀 꺼내놓고 냉장고를 검사한다. 오징어 한 마리와 채소 박스에 있던 호박, 가지, 고추 등이 딸려 나온다. 오늘 같은 날에는 자투리 채소들이 다 썰리면서 냉장고도 정리되는 좋은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때쯤이면 눈치 빠른 바깥주인(오랜만에 보는 단어)이 거실 오디오에 올려놓은 lp판에선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진다.
오징어와 각 채소들을 채 썰고 밀가루와 물을 넣어 섞으면 재료 준비 끝이다. 달군 팬에 지지직~소리를 내며 전을 부친다.
늦은 오후에 스멀스멀 감돌기 시작하는 기름 냄새는 우리들의 얼굴에 미소를 남긴다.
큼직하게 구운 오징어전 한 판이면 비 오는 가을날의 낭만을 즐길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이 아닐까?
탱글 하고도 하고, 부드럽기도 한 오징어가 씹을 때마다 고소한 풍미를 자아낸다.
그 사이사이로 시원한 막걸리가 입장한다. 내일 출근할 일도 없으니 느긋하게 즐기는 낮술이 은퇴한 우리 부부의 즐거움이 되어가는 중이다.
소원 성취하신 바깥주인아저씨.
기분이 좋아서 설거지를 한다고 부엌으로 간다. 맛있는 것을 먹여주면 설거지로 보답?을 한다.
부부 사이가 늙어갈수록 섹시해지는 것은 어렵지만 서로가 더 귀여워질 수는 있다더니. . .
딱 그렇다.
1. 오징어와 채소들을 채 썰고, 밀가루와 물을 거의 같은 비율로 넣어 섞는다.
소금 간하고 취향에 따라 청양고추도 다져 넣는다. ( 밀가루는 각 재료들을 잡아주는 역할만 할 정도의 양)
2. 달군 팬에 현미유 두르고 앞판 굽고, 공중돌기로 뒤집어서 뒤판 구어 한판에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