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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Feb 17. 2020

스마트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

실리콘 밸리 부자들이 자녀에게 디지털 기기를 주지 않는 진짜 이유

스티브 잡스(Steve jobs).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이 그의 의뢰를 받고 쓴 동명의 전기에는 그의 성마른 인품과 비범한 재능을 가감 없이 잘 드러냈다. 포장하지 않고 치부까지 적나라하게 알려주어서 더욱 좋았다. 사람들이 책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그의 인생 역정(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재기한 일)이나 창의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대목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혀 다른 지점에 주목한다.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 가족의 저녁 생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매일 저녁 잡스 가족은 주방의 긴 탁자에 앉아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책, 역사, 그 외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주고받았죠. 아무도 아이패드나 컴퓨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뭔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가? 그럼 예를 더 들어보겠다. 잡스처럼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만들고 세상에 퍼뜨리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가족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봐야 한다. 여기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글 하나를 소개한다. 


    

'아이들이 8학년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주지 말자'라고 사회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가 있는데, 해당 단체의 블로그에는 IT 기업의 경영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잘 실려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는 자녀들이 14살이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쥐어주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그조차도 너무 일렀다고 후회했다. 글로벌 IT 미디어 'Wired' 편집자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첫 번째 원칙은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자녀들에게 폰을 주지 않는 것이다. 애플의 현 CEO '팀 쿡'은 12살 조카가 소셜 미디어에 빠져드는 걸 원치 않았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는 두 아이들에게 아이패드 대신 수많은 종이책을 읽도록 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은 아이들을 일반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도록 내버려 두는 기존 학교 대신 몬테소리(Montessori), 발도르프(Waldorf) 같은 사립학교에 보낸다. 이 학교들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한다. 특히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절대 쓰지 못하게 한다. 


참으로 희극적인 상황은 여기서 펼쳐진다. 그들은 IT기기가 아이의 정서·지능 발달에 부정적이라는 걸 확연히 알고 있다. 자기 자녀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세상에는 전혀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현재의 공립학교 교육을 바꿔야 한다. 더 많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역동적인 수업을 펼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바꾸자. 많은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보급하여 효율적인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조언했던 미국 교육제도 개혁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최근에 WHO에서는 다음과 같은 스크린 타임 가이드를 발표했다.

 

"1살 이하의 아기들에게는 스크린(TV, 스마트폰 영상)을 전혀 보여주지 말고, 2살일 경우에도 거의 보여주지 마세요. 2살에서 4살 정도의 아이들은 하루 1시간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위 주장은 뇌과학의 최신 연구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이 가이드가 무얼 말하는지 모두가 알 것이다.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IT 기업가들의 외침은 점점 공허해진다. 그들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디지털 발명품들이 빈부 격차를 더 심화시킬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우리는 돈 한 푼 들지 않으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주는 수많은 신체 활동을 했다. 골목길에서 세 발 자전거를 타거나, 숨바꼭질, 술래잡기를 했던 유년기 추억. 초·중·고등학교 때 다 먹고 남은 우유갑으로 복도 축구를 했던 일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눈치 보거나 돈 주고 따로 해야 한다. 교실의 아이들이 다들 SNS 삼매경인데, 나 혼자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지 않겠는가? 발도르프 학교처럼 강제적으로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는 분위기라면 다르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거기 다닐 형편이 아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하루에 10시간씩 하면서 점점 바보가 되고, 부유한 아이들은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친구를 만나고, 땀을 흘리며 뛰고, 독서를 하며 마음을 살 찌울 것이다. 


그들은 왜 우리의 시간을 뺏어가는가? 전화기, 컴퓨터, 사진기가 하나로 합쳐져 더욱 편리해졌지만, 이 때문에 잃은 것은 무엇인가? 놀이공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시간을 가치 있게 쓰는 셈이 되는가?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나? 멍 때리는 행위는 뇌가 쉴 틈을 주지만, 이제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느라 머릿속의 CPU는 끝없는 과부하 상태다.   


이 글을 현재 노트북으로 작성 중이며, 보는 사람 또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이용한다는 사실이 나를 한편 당혹게 한다. 그렇다. 디지털은 시대적 대세이다. 하지만 그 거센 물결 앞에서도 중요한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산속의 자연인이 되어 살 수는 없겠지만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나와 자녀의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아이패드를 발명한 스티브 잡스는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사용하느냐?'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도 더 이상 속지 말고 변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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