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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Nov 02. 2017

소년이 온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수전 손택(타인의 고통)



과거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뜨거운 감자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각종 출판물,영상물을 비롯해 과거사 검증까지 사회정치적으로 큰 관심이 몰린다. 영화의 흥행이 관련 소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듯, 격동의 광주를 헤집고 다녔던 택시운전사가 다시금 소년을 불러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다뤘던 이유기도 했다.

 

소년이 온다. 맨부커 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다. 맨부커 상은 무엇인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다.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은 믿고 보는 영화배우의 작품처럼 굳직한 신뢰감이 자연스레 실린다.


2-3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총 6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정대를 찾기 위해 상무관에서 일을 하게 되는 동호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이 다음부터는 약간의 스포일러다. 정대의 이야기. 그리고 뺨을 일곱 대 맞은 '은숙'의 이야기. 김진수에 대한 지인의 넋두리. 나이 든 선주의 회상. 동호의 어머니 회고.


거기 있으면 죽는다고, 저녁 먹으러 빨리 들어오라고. 알겠다고, 조금 있다 들어간다고 했던 소년. 월남도 가 봤다는 장교는 베트남 퐁니 퐁넛 마을의 비극을 광주에서도 원했던 것일까? 어린 소년들은 모두 일렬로 나오다 비명에 지고 말았다.


대학 시절 5.18이 되면 대학교 복도에는 5.18의 참상을 알리는 사진전이 열리곤 했다. 어찌나 잔혹한지 사진마다 한 장의 종이를 덧대어 따로 올려 보게 해놓았다. '소년이 온다' 역시 광주항쟁의 참상을 전하긴 하지만, 종이를 덧댄 것처럼 처절함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남은 자들의 공허함이 더 비중있게 다가왔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 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는 말처럼.



1980년 5월 29일 망월동에서 일제히 진행된 1백 29구의 장례식 - 5.18 기념재단 제공



이쯤되면 의문이 들 만하다. 인간은 잔인한 존재인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계는 정말 점점 더 나아지고는 있는가?


부모의 말에 따르면 착한 아들이었다는, 미군 병사가 포로를 학대하면서 찍은 사진. 교양과 학식으로 충만한 나치 SS친위대들의 비인간적 행동.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 따르면 유순하기 그지 없는 일본인들의 난징 대학살 등등.


인류가 정말 단합하는 날은 외계인이 침공하여 공동의 적이 생겼을 때 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으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세월호 때도 그랬지만 사람들은 '그만 좀 해. 충분히 말했잖아'라고 한다. 하지만 한강 작가는 '계속 말해도 돼! 그 때 그런 일이 있었다고 알려야 돼.'라고 어깨를 두드린다. 우리도 말해야 한다. "분수대에서 물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길거리에서 싸우지는 못 하더라도, 조용하게 계속 외쳐야 한다. 그것이 잊혀져간 이들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법이다. 



독일 ‘슈피겔’지에 실린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든 아이 사진 - 5.18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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