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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Nov 03. 2020

사람이 죽으면 돈을 못 벌어요

모바일 메신저에 누군가 글을 올렸다.


*요양병원 하는 친구가 있는데 명절에 5명 돌아가셔서 매출 떨어졌다고 걱정해요.

*음 우리 그러지 맙시다.

*그것도 자주 겪는 일이면 무뎌지는 걸까요 저는 자주 못 겪어봐서 한동안 마음 한 구석이 계속 찜찜하던데

*저라도 무뎌질 거 같긴 한데 그걸로 매출이 좌우되는 것도 정말 우울한 일인 거 같습니다.

*사는 게 언제나 이익과 손해 숫자로만 되나요 측은지심이 없는 의사는 상당히 드라이하고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대화를 보면서 맹자 생각이 났다.


맹자 공손추 상편에는 화살을 만드는 사람과 갑옷을 만드는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孟子曰 矢人豈不仁於函人哉 矢人唯恐不傷人,函人唯恐傷人。 巫匠亦然,故術不可不慎也。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라 해서 어찌 갑옷을 만드는 사람에 비해 더 불인한 인간이라 말할 수 있으리오? 그러나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을 죽이지 못할 것만을 걱정하고, 갑옷을 만드는 사람은 화살에 갑옷이 뚫려 사람이 다칠 것만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의사(무당)와 장의사도 또한 마찬가지이니, 직업이나 기술을 선택할 때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없다.('도올 만화 맹자'에서 해석 인용)


요양병원 원장도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할 줄 모르는 게 아니다. 다만, 본인이 처한 상황이 그를 불인不仁한 사람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화살을 만드는 사람인가? 갑옷을 만드는 사람인가?

(202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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