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전할 때가 있다.
남들이 나보다 앞서 나가거나, 반대로 내가 뭔가를 잘 못 하면 그런 생각이 두드러진다. 특히 가까운 지인이 나에게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남들은 이렇게 하고 있는데 너는 왜 저렇게 하고 있어?" 라는 류의 말을 하면 그 말의 타당성은 둘째치고 내가 굉장히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내면의 파도가 몰아치는 일상을 살던 중 최근 피부 미용에 관심이 생겨 스킨부스터를 맞았다. 피부의 결을 더 좋게 하고, 탄력있는 피부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맞고 나서 보통 1-2 주 안에 부어오른 게 가라앉는다는데, 나는 4주가 넘도록 맞은 부분들이 불룩 솟아오른 채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였다.
급히 아는 피부과를 갔더니 '스킨 부스터 부작용'이라고 했다. 피부에 주입된 앰플 용액을 몸이 이물질로 인식해서 흡수하지 못 하고 그대로 굳어지는 것이다. 의뢰서를 받아 대학병원까지 달려갔다. 피부 연고 2종류와 먹는 약 한 달 치를 받아 왔다.
얼굴 전체적으로 그렇지만, 특히 오른쪽 안면에서 시술받은 주위로 울긋불긋 구진이 돋아난 걸 보니 심경이 복잡했다. 뭔가를 얻기는 커녕 본전까지 잃은 느낌이 주는 상실감이 꽤 크다.
연고를 바르다가 문득 깨달았다. '별 일 없는 일상'에서 마음이 허전하다며 투덜대던 내가 '별 일 있는 일상'을 만나자 '별 일'만 빨리 사라지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한다. 더 이상 바랄게 없는 '별 일 없는 일상'에 있었을 때도 더 가지고 싶다며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불교의 사성제(四聖諦)를 축약한 고집멸도(苦集滅道)라는 말에서는 괴로움의 원인이 집착이다. 이번 스킨부스터 부작용 덕분에 내 허전함이 집착이었음을 알게 된다. 허전함을 버릴테니, 얼굴만 빨리 낫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