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검

다음생의 나에게

by 밀크씨슬

정신을 차리자 온몸이 부러져 있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리는 아직 멀쩡하다. 뜨거운 화염이 주변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시체들이 가득하다. 이윽고 사악한 용이 모습을 드러내 나와 눈을 맞춘다. 그 눈에 비친 나 역시 곧 시체중 하나가 될 준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죽음의 순간에 어떤 소원을 빌지 생각한다. 다음생에는 강한 마력을 갖게 해달라고 빌기로 정했었다. 근데 내가 왜 강한 정신력을 원했을까 의문이 든다. 시간을 거슬러 오래 전, 군인이던 시절 용의 둥지 작전을 수행하던 중 잘못된 명령임을 인지하고 임의로 작전을 중단하였다. 허나 나중에 알고나니 나와 부대원 전부 용의 정신마법에 속은 것이었다. 그 일로 인해 나는 모든 것을 잃었고 그 와중에 타인의 생명을 대가로 내 생명만 간신히 부지할 수 있었다. "그래, 그 용이 지금 내 앞에 있어." 방금전까지 시체가 되려던 용사는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그는 준비했었던 폭발물로 용을 유인했다. 그리곤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순식간에 의 입에 폭발물들을 넣어 자신의 몸과 함께 폭사시켜 죽이는데 성공했다.

용의 시체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용사는 명이 다했음을 직감했다. 그리곤 어느새 로아가 옆에 자리하여 물었다. "생의 마지막에 꿈을 이룬 소감이 어때?" 용사 포니가 답했다. "두번 다신 세상에 나오고 싶지 않은 기분이지. 소원도 필요없고. 하지만 이 기분은 내 소원이 복수였다는 것과는 무관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대답해 줄 수 있겠나." 로아는 희미한 미소를 띄며 새하얀 노트에 포니의 이름을 적었다. "곧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답은 그때 같이 생각해보도록 하자고." 주검으로 변해버린 포니와 살해된 용의 주변엔 어느새 수많은 용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서글픈 울음소리는 곧 분노에 찬 기운이 되어 주변의 생물들과 무생물들을 소멸시킨다. 아무래도 포니가 살해한 사악한 용은 중요한 존재였던 것 같다. 이 세계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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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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