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osi

다음생의 나에게

by 밀크씨슬

평생을 고대해온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바로 전생 체험을 하기로 된 날이다. 어지간한 부유층도 평생에 두번 이상은 하기 힘들 정도로 큰 비용이 들며 매번 할 때마다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벤트이다. 하지만 사토시는 망설이지 않는다.


지역에서 인정받는 젊은 상인인 사토시는 이 날을 위해서 달려왔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는 평생을 전생에 빌었던 소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 소원을 알 수만 있다면 지난 십수년간 상인으로서 벌어들인 돈 보다 훨씬 많은 돈을 손쉽게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그 꿈이 이루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사토시가 구매한 시약은 성공률이 매우 높은 편인 8번 시약이었다. 다시 눈을 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사토시는 시약을 마시고 잠에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사토시가 일어났다. 그리고선 '모르는게 나았을텐데...' 긴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걸어 나갔다.


사토시는 한동안 좌절하여 집밖에 나가지 않았다. 전생에 자신이 그런 소원을 빌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매일 술에 빠져 살던 어느 날, 절친 로아가 찾아왔다. 로아는 사토시의 집 안으로 들어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집 안은 어둡고, 술병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사토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겠나." 로아가 진지하게 말했다.

사토시는 침울한 표정으로 로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진실을 털어놓았다. "전생에 내가 빌었던 소원은... 튼튼한 신체를 갖는 것이었어. 그것도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로아는 놀란 표정으로 사토시를 바라보았다. "튼튼한 신체? 그게 왜 문제일까?"

사토시는 고개를 저었다. "전생에 나는 전쟁의 시기에 살았었고, 강한 전사였어. 그래서 전투속에서 죽으면서 그런 소원을 빌은거야. 튼튼한 신체이지만 밸런스가 전투에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어서 건강 쪽으로도 좋지 못하더라고. 난 오래 살지도 못한다네.

로아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사토시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토시, 매콤토끼 이야기를 들려주지."



매콤토끼 이야기


매콤토끼 부부가 있었다. 매콤토끼 부부는 자식을 낳앗는데 털에 매콤한 향이 하나도 나지 않는 달콤토끼를 낳았다. 매콤토끼 부부는 걱정이었다. 야생에서 매콤한 향이 나는 털 때문에 본인들이 아직까지 잡아먹히지 않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콤토끼 부부는 달콤토끼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매콤한 향이 없어 위험에 처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부부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화염초를 먹여 보기도 하고, 고추밭에서 뒹굴게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매콤토끼가 사는 산에 큰 천재지변이 발생했다. 산사태와 홍수로 인해 많은 동물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매콤한 향 덕분에 살아남았던 매콤토끼 부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의 매콤한 향은 더 이상 그들을 보호해 주지 못했고 곧 매콤토끼를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멸종의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달콤토끼는 달랐다. 달콤한 향을 가진 그는 이미 사람들이 관심을 받아 진작에 마을로 잡혀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달콤토끼를 사랑스럽게 여기며 특별히 돌봐주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달콤토끼는 인기 있는 반려동물이 되었고, 자손을 번성시키며 안전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었다.


로아가 말했다. "과거는 그대의 부모요, 미래는 그대의 자식이라. 부모의 말을 꼭 들어야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듯이 여태 잘 살아왔다면 전생의 선택은 잊고 그대 소신껏 사는것은 어떠한가. 지금의 자네는 이미 전생의 자네보다 현명하다네."


사토시는 생각에 잠겼다.


며칠 후, 사토시는 다시 일어섰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잊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길을 더 이상 전생에서 찾지 않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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