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물을 내릴 때 분출되는 비말 / 출처 : 미국 콜로라도대학
공중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물을 내리는 그 짧은 몇 초 동안,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공중에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본 적 있는가.
사람들은 흔히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것과 물을 잘 내리는 것을 예의라고 여기지만, 정작 뚜껑을 닫는다는 간단한 습관 하나는 놀랍도록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사소해 보이는 행동 하나가, 우리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잇따라 발표되면서, 그 의미는 점점 달라지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 연구진이 밝힌 실험은 꽤 충격적이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초록색 레이저로 추적한 미세 입자들은 단 8초 만에 천장까지 도달했고, 그 안엔 대장균, 노로바이러스,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병원균들이 포함돼 있었다.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야 하는 이유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뚜껑이 없는 공중화장실 구조에서는 그 피해가 훨씬 더 커졌고, 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입자들은 수 분 동안 공기 중에 떠다닌 채 사람의 호흡기나 피부에 접촉될 수 있다는 설명은 우리의 상식 너머에 있었다.
‘깨끗한 화장실’이라는 환상은, 어쩌면 뚜껑이 열려 있는 그 순간부터 무너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전부 포기할 필요는 없다.
뚜껑이 없는 공중화장실이라고 하더라도 환풍기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세균 에어로졸의 확산을 약 9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2025년 중국지질대 연구에서 밝혀졌다.
실내의 공기 흐름이 빠르게 순환되면, 분출된 미세 입자들이 머무를 시간도 짧아지고, 그만큼 우리의 호흡기나 피부로 전해지는 병원균의 양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화장실 환풍기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결국 우리가 화장실 안에서 취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환풍기를 켜는 일, 뚜껑을 닫는 일, 손을 더 꼼꼼히 씻는 일, 이 모두 건강을 지키는 능동적 실천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 비말의 영향은 단지 공기 중에만 머물지 않는다.
2025년 유한킴벌리와 국민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변기 물을 내리는 순간 비말 입자는 최대 92cm 높이까지 상승해 화장지 용기나 벽면까지 퍼진다고 한다.
특히 하단이 뚫려 있는 화장지 케이스의 경우, 늘어진 화장지가 오염물과 직접 접촉할 위험이 높아져 교차 감염의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화장실 변기와 화장지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는 단순히 피부 질환이나 안구 감염뿐 아니라, 방광염이나 기타 세균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 위생용품 보관 역시 놓쳐선 안 될 문제다. 수건, 칫솔, 손 세정제 등 개인 물품은 변기 주변에 두는 것을 피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화장지는 반드시 밀폐형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땐 가급적 첫 번째 칸을 사용하는 것이 청결상 유리하며, 사용 전 청결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개인용 휴지를 소지하는 습관도 감염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병원균은 침묵 속에서 우리 몸 가까이에 와 있고, 우리의 사소한 무관심을 틈타 스며든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단 몇 초라도 더 생각해보자. 물을 내리기 전, 뚜껑을 닫았는지. 환풍기는 켜져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 공간을 어떻게 떠날 것인지. 그 짧은 순간의 선택이,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첫 번째 방어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