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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Feb 09. 2022

겨와 엉을 대하는 태도 연구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해요.

  내 무릎을 베고 누워 동계올림픽을 보던 아이가 팔을 뻗어 기지개를 편다. 바로 이때다.

“경격(겨드랑이 공격)!”

“으악. 엄마!”

“야야, 이건 겨드랑이에 대한 예의야. 겨티켓이라고.”

 내 아이의 겨드랑이가 활짝 열려 있는데 한 번 찔러 보지도 않는다는 건 겨드랑이에 대한 모독이다. 그만큼 겨드랑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난 겨티튜드(겨드랑이 에티튜드)가 뛰어난 엄마.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엉거주춤 엎드려 태블릿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딸아이의 매력적인 엉덩이도 모른척 지나칠 수 없다. 사랑을 담은 손바닥 터치. 여의치 않은 상황(두 손에 먹을 걸 들고 있다든지 하는)이라면 최소한 “엉!” 이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아이의 긴장감과 다소간의 짜증을 유발하며 지나가는 것이 엉티켓. 매력적이고 귀여운 자세에 관심 보이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너에게 관심이 없다’와 같은 말이다. 물론 이건 겨와 엉에 대한 나만의 이론이다. 일반화할 수 없다.


  장난을 칠 때 딸아이와 궁합이 잘 맞는다. 함께 경격을 주고 받으며 깔깔대고 아무말 대잔치를 벌인다. 사실 고백하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장난이라기보다 그 부분에서는 나와 아이의 눈높이가 같다고 할 수 있다. 100% 육아에 진심인 엄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니 내가 다 이겼다. “사랑해, 멋지다, 잘했네.”와 같은 바람직한 말과 마찬가지로 아이와 주고 받는 더러운 장난과 교양있는 아무말이 내가 하는 사랑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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