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인간 누나와 4개월 시바 동생이 같이 살아요.
“엄마, 하루(시바견)는 왜 이렇게 고집이 센 거야?”
‘응~. 너랑 닮았네.’
“엄마, 하루가 나 깨물었어.”
‘응~. 너도 엄마 많이 깨물었다. 기억 안 나지?’
“엄마, 하루가 새로운 길로는 산책 안 가려고 해. 예민한가 봐.”
‘자기소개하는 거지?’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 쭉~ 가면 아래의 글이 나온다.
https://brunch.co.kr/@009e6b1ce84c4ca/15
한때 예민함으로 우리 집 짱을 먹었던 아이는 과거를 다 잊었다. 레드 썬!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아기 시절과 똑 닮은 강아지와 같이 산다.
하루가 거실을 굴러다니고 날아다니면, 누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뚱땅거린다. 건반 소리가 들리면 하루는 피아노 앞에 와 엎드린다. 아까 그 하루 어디갔개? 건반 소리에 시바 마음 안정 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루는 졸음이 쏟아질 때 이런 사랑스러운 자세를 허락해준다. 딸아이도 잘 때가 제일 예뻤다.
손에 간식(!) 든 누나가 “빵~!”하면 쓰러진다. 오리뼈 간식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딸아이도 선생님이 주시는 사탕과 초콜릿을 좋아한다. 사탕으로 하는 보상은 몇 살까지 먹히는 걸까?
산책길에서 킥보드, 자전거, 오토바이를 만나면 멈춰 서서 ‘안갈시바’를 시전 한다. 시바는 겁이 많다. 낯선 산책길도 무서워한다. 익숙한 길에서는 냄새 맡고, 집어 먹고, 중요한 볼 일을 보지만 낯선 길에서는 일단 ‘안갈시바’를 시전 한다. 고집이 센 종이라 억지로 산책시키고 돌아온 날엔 거실을 날아다니며 스트레스를 온갖 곳에 풀어 재낀다.
시바는 집착, 소유욕이 강하다. 자기 방석을 누나가 깔아뭉개면 코에 주름을 만들어 잔뜩 찌푸린다.
“집착하는 건 안 좋은 거라개. 누나가 나쁜 습관을 고쳐주려는 거라개.”
누나의 표정은 상대적으로 고요하다.
“이게 바로 찐 남매라는 거라개”
편견 없는 누나의 말이다.
시도 때도 없이 달리기 시합을 하자는 딸아이.
“엄마가 조금 힘든데, 그냥 걸으면 안 될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걸 몇 살까지?’라는 의문 시리즈가 생긴다.
‘몇 살까지 안아주고 업어달라고 하는 걸까?’
‘몇 살까지 같이 자겠다고 하는 걸까?'
'양치했니? 세수했니? 는 몇 살까지 물어봐야 하는 걸까?'
‘달리기는 몇 살까지 같이 해줘야 하는 걸까?’
......
이제는 나 대신 같이 달려줄 겁나 빠른 동생이 있다. 아이가 하루를 키우고, 하루가 아이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