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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un 08. 2022

2022 SS 급식실 친환경 바디 크로스백

핸드로 메이드 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어린이용 수저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다소 애매하게 느껴지는 인권위의 '의견문'이라는 것에 따라, 2020년에 우리 학교도 작은 사이즈의 수저를 마련했다. 구입과 동시에 창궐한 코로나로 수저는 개인이 준비해 쓰게 되었고, 미니미 수저들은 급식에 누워 주기적인 열탕 소독과 관리를 받는 호강을 누리고 계신다.


지금은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수저를 들고 다녀야 한다. '필요는 패션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듯이(아직 없던가?) 수저를 들고 다녀야 하니 수저통을 넣을 작은 크로스백이 필요하다.


오늘은 실용성과 스타일을 한 번에 잡은, 시크하고 큐트하고 러블리한 감성이 돋보이는 급식실 패셔니스타 필수 아이템! 교사용 핸드메이드 크로스백을 소개하려고 한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과목별 선생님 패션. 어딘가 숨어 있다가 매년 스승의 날 즈음 유머 게시판에 다시 나타나곤 한다는 전설의 그 패션에 방점을 찍을 고론 스타일의 가방을 떠올렸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아놔~. 아나두?

2022 SS 컬렉션 새롭게 떠오른 핸드메이드 바디 크로스백의 소재는 기름을 흡수, 분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아크릴사. 일명 수세미 실이다. 수세미 실은 미세한 털이 많아 편물을 만들 때 코가 엉망이 되어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어리바리 초보 뜨개질러가 40코를 39코로 만들고(한 코는 어디로 갔는가?), 다시 41코로(한 코는 어디서 왔는가?) 멋대로 줄였다 늘려놔도 그리 보기 싫지 않다.


가벼운 장점이 있어 종일 메고 있어도 어깨 결림이 없다. 보통 수업 중에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 두기 때문에 거뜬히 만보는 될 것 같은 나의 고단한 하루 노동을 뒷받침해주는 객관적 데이터가 없어 항상 아쉬웠다. 필요에 따라(역시 필요는 패션의 어머니) 수저통 대신 핸드폰을 크로스백에 쏙 넣으면, 작은 발걸음 하나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카운트해 만보기 걸음수가 쭉쭉 올라간다. 천 단위, 만 단위 숫자를 보면 이것으로 하루 운동은 충분할 것 같은 만족스~


아무리 세련된 크로스백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설레는 감정은 잊고 권태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때가 와도 금사빠, 금사식이라 스스로에게 실망할 필요 없다. 꿰매 입고, 뒤집어 입고, 걸레로도 쓰는 도깨비 빤쓰처럼 깨끗이 빨아 수세미로 재활용할 수 있다. 여차하면 샤워타월로도 손색이 없다. 이도 저도 다 싫다면 최소 욕실 바닥 청소는 가능하다. 세제든 바디워시든 펌프질 한 번이면 게임 끝. 거품이 무진장 나온다. 4 in 1. 친환경 미니멀리스트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기능성 백이다. 지구와 그곳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위한 지속 가능한 패션이 아닐 수 없다.



스타일링 TIP!

무심한 듯 감각적으로! 빨간 면티청바지를 코디하고, 노란 크로스백을 착용해보자.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이무진의 '신호등' 중

 

야나두! 오늘은 인간 신호등이 될 수 있다.


무심한 듯 감각적으로다가 노란불엔 멈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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