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름, 그리고 마지막 겨울
여름의 끝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햇빛이 머리칼을 태우듯 내리쬐었고, 벌레들은 마지막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벽돌 담장을 타고 올라간 담쟁이덩굴은 한없이 푸르렀다. 그 아래, 우리는 앉아 있었다.
“이제 곧 겨울이 올 거야.”
네가 말했다. 너의 목소리는 여름 공기처럼 뜨거웠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는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손끝으로 뜨거운 흙을 문질렀다. 그러고는 내 손을 잡았다. 땀이 배어 있었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겨울이 오면 다 끝나는 걸까?”
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면서도, 나는 모른 척했다. 대신 네 손을 꼭 쥐었다. 그건, 여름을 붙잡고 싶은 마음과도 같았다.
겨울이 왔다.
우리는 그 계절을 함께 맞이하지 않았다. 네가 떠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여름날 우리가 걸었던 길 위로 눈이 쌓였다.
나는 혼자서 그 길을 걸었다. 눈은 조용했다. 소리 없이 쌓이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 나는 네가 남겨둔 흔적을 찾으려 했다. 여름의 끝에서, 우리가 함께했던 그날의 열기를. 하지만 겨울 앞에서 여름의 온기는 너무도 쉽게 사라졌다.
눈을 들었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여름에는 사람들로 붐볐던 그곳이, 이제는 하얀 색으로 덮여 있었다. 나는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네가 말했다.
“겨울이 오면 다 끝나는 걸까?”
그 말이 다시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이제야 그 답을 알 것 같았다. 겨울이 온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겨울이 지나면 다시 여름이 올 테니까.
나는 천천히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걸었다.
그 길 끝에서, 여름이 나를 기다리고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