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지막 여름 그리고 겨울

by 박요한

마지막 여름, 그리고 마지막 겨울

여름의 끝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햇빛이 머리칼을 태우듯 내리쬐었고, 벌레들은 마지막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벽돌 담장을 타고 올라간 담쟁이덩굴은 한없이 푸르렀다. 그 아래, 우리는 앉아 있었다.

“이제 곧 겨울이 올 거야.”

네가 말했다. 너의 목소리는 여름 공기처럼 뜨거웠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는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손끝으로 뜨거운 흙을 문질렀다. 그러고는 내 손을 잡았다. 땀이 배어 있었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겨울이 오면 다 끝나는 걸까?”

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면서도, 나는 모른 척했다. 대신 네 손을 꼭 쥐었다. 그건, 여름을 붙잡고 싶은 마음과도 같았다.

겨울이 왔다.

우리는 그 계절을 함께 맞이하지 않았다. 네가 떠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여름날 우리가 걸었던 길 위로 눈이 쌓였다.

나는 혼자서 그 길을 걸었다. 눈은 조용했다. 소리 없이 쌓이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 나는 네가 남겨둔 흔적을 찾으려 했다. 여름의 끝에서, 우리가 함께했던 그날의 열기를. 하지만 겨울 앞에서 여름의 온기는 너무도 쉽게 사라졌다.

눈을 들었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여름에는 사람들로 붐볐던 그곳이, 이제는 하얀 색으로 덮여 있었다. 나는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네가 말했다.

“겨울이 오면 다 끝나는 걸까?”

그 말이 다시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이제야 그 답을 알 것 같았다. 겨울이 온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겨울이 지나면 다시 여름이 올 테니까.

나는 천천히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걸었다.

그 길 끝에서, 여름이 나를 기다리고있기를 바라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