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집

천둥이울릴때

by 박요한

천둥이 울릴 때

아이는 천둥이 세상을 가로지르는 날 태어났다. 병실 창밖으로 번개가 허공을 가르며 사방에 짙푸른 금을 새겼다. 의사는 흐린 눈으로 갓 태어난 아이를 받아 올렸고, 어머니는 축축한 숨을 몰아쉬며 흐느꼈다. 그러나 아이는 울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갓 태어난 생명이 마주하는 첫 순간이란 보통 아득한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기 마련인데, 이 아이에게서는 그런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당도한 사람처럼, 담담하게 세상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상한 애야.”

그 방에 있던 간호사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말을 깊이 새기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자랐다.

비가 내리고 천둥이 울릴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어린아이들은 울었고, 개들은 몸을 낮춘 채 떨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창문 앞에 앉아 조용히 번개가 떨어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은 어쩐지 고요했다. 마치 기다렸던 무언가를 마주한 사람처럼.

“너는 무섭지 않니?”

어머니가 어느 날 물었을 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무 좋아.”

어머니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

그녀의 주위에서는 작은 이상들이 쌓여갔다. 전깃불이 그녀가 손을 대면 깜빡였고, 마을의 고양이들은 그녀를 보면 등을 잔뜩 부풀린 채 달아났다. 비가 오던 어느 날, 그녀와 싸운 친구가 밤사이 갑작스러운 벼락을 맞고 죽을 뻔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람들은 더 이상 그 모든 것을 우연이라 부를 수 없었다.

그녀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속삭였다.

“그 애, 저주받았어.”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는 차라리 안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날 밤, 그녀는 창밖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빗줄기는 땅을 뚫을 듯 쏟아졌고, 검은 하늘은 연거푸 번개에 갈라졌다. 그 빛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날 때, 어머니는 문득 그녀가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 가니?”

어머니가 물었다. 그녀는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천둥이 나를 부르고 있어.”

그녀는 그날 밤 사라졌다.

아무도 그녀를 다시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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