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2일
2022년 10월 22일 토요일 오후 2시 46 분.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월요일에 쓰레기를 수거해 간다. 살림 쓰레기랑 가끔은 정원에서 자른 가지와 잔디 깎은 것들로 용량이 140L, 높이가 1 미터 정도 하는 큰 쓰레기 통을 채우는데, 항상 꽉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쓰레기 통은 일요일 오후나 월요일 이른 아침에 길가에 내어 놓아야 한다. 쓰레기 통은 시청 재산이고, 검은색이며, 바뀌가 달려 있어서 끌고 다니기가 편하고 뚜껑도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임금 협상과 관련된 파업을 하는 때를 빼면 매주 월요일에 틀림없이 쓰레기 통이 비워진다.
쓰레기차가 오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이른 아침이거나, 대 낮이거나, 또는 퇴근 시간 무렵이기도 하다. 퇴근 시간에 길에서 마주칠 때면, 차가 차선 하나를 다 차지할 만큼 크기 때문에 한 참을 기다렸다가 상대편 차선으로 넘어서 가야 한다. 쓰레기차 하나에는 운전자와 네 명의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한다. 두 명은 항상 차보다 앞서가서, 여기저기 각자 집 앞에 세워놓은 쓰레기통들을 한 곳에 모아 놓는다. 그러면 다른 두 사람은 쓰레기차와 함께 도착해서 쓰레기통을 트럭 뒤의 고리 같은 곳에 걸어서 들어 올린다. 그러면 쓰레기 통이 뒤집어지면서 안의 것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트럭 안으로 모두 쏟아진다. 그렇게 몇십 개의 쓰레기통을 수거해서 트럭이 꽉 차면, 쓰레기 처리장에 가서 트럭을 비우고 다시 돌아와서 쓰레기 수거를 시작한다.
그런데, 월요일에는 이렇게 시청에서 나와 쓰레기를 수거하는 이들 말고, 쓰레기통의 내용물들을 수거해 가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이 들은 대개가 남자이고, 혼자서 일을 한다, 딱 한 번 어린아이를 업은 젊은 여자를 본 적은 있지만. 이 들은 대개 티셔츠와 허름한 바지를 입고 있고, 옷은 아주 오래 동안 빨지 않아서인지 색깔에 상관없이 항상 회색톤이며, 오랫동안 씻지 않아서 진한 몸 냄새가 난다. 대부분 신발은 신고 있으나, 치수가 맞지 않는 신발이거나, 아니면 망가진 신발을 끈으로 밑창과 위를 동여 매어 신고 다니기도 한다. 우리 동네에 이 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일요일 오후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쓰레기 통을 길가에 내놓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들은 플라스틱, PET병, 골판지, 종이, 철과 같이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 쓰레기 통을 뒤진다. 이 들의 수거 장비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고, 어떤 이는 쇼핑카트를 개조해서 만든 다소 쓸만한 '짐차'를 끌고 다니고, 어떤 이는 너른 판자에 바뀌를 달고, 다림질 대의 다리를 앞 쪽에 손잡이처럼 붙여서 끌고 다닌다. 내가 이 들을 처음 만난 것은 이 동네에 이사 와서 얼마 지나지 않은 일요일 오후, 동네로 산책을 나갔을 때였다. 코를 막아야 할 정도의 냄새와 구덕이가 우글대는 쓰레기통에 몸의 절반을 집어넣고 뭔가를 찾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매주 일요일 오후 이 들을 만나는 것도 이제 13년이 되어간다.
처음에 느꼈던 충격, 마음의 불편함. 그들을 지나칠 때마다 느끼는 미안함, 뭐라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착잡한 감정들은 그 들을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 까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덜 미안해 지지도 않았고, 덜 불편해 지지도 않았고, 착잡함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내가 한국에서 살 던 때에 난지도라는 곳이 있었다. 서울의 쓰레기가 모였던 곳. 지금은 공원이 되었다 하는데, 나는 그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그곳에 사는 분들을 만난 적도 없다. 나는 가난과 풍요, 그에 대한 사회와 국가의 역할과 기능에 관해 깊은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 나에게,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면, 이제 그들을 지나칠 때, 인사를 한다. "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