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나의 경험이
곧 나를 이룬다.
오랜 시간 동안 첫 직장(엄밀히 따지자면 두 번째 직장이지만, 첫 직장에서 3개월 남짓 지냈던 점을 감안한다면 첫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에 머무르다 작년에 그곳을 나오게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고, 휴학 없이 대학 졸업 후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상 서른 평생(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시간이지만) 처음으로 누리게 된 자유였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첫 번째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나니, 할 이야기가 산과 같이 쌓여 있는 것과는 별개로 들숨 날숨 외에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무기력 사태가 발발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혹은 이직할 곳은 정했는지에 관하여 묻는 질문들에 답할 수 없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싶었다.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돈이 꽂히기 때문에 하는 일이고 싶지 않았다. 달리,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고 나니 달리 할 일들이 보였다. 대학시절까지 장장 10년 가까이 보고 듣고 배운 게 브랜딩이었으나, 정작 나를 돌아보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쏟을 물리적 여유도, 심리적 여유도 없었다. 물론, 휴가기간이나 휴일에 틈틈이 그것들을 정리해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정리하기 위해 내가 필요로 했던 절대적 시간은 실제로 할애할 수 있는 시간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을 필요로 했다.
지금의 새로운 팀원들을 만나기 직전, 2개월 동안 다양한 시도를 했다. 프리랜서 사이트에서 후려쳐지는 디자이너의 인건비에 대한 현실을 체감하거나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 자유도 높은 결과물을 뽑아보기도 하고,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개설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바닥부터 쌓아 올렸던 스타트업에서 5년간 몸 담았던 경험 덕분에 핸들링할 수 있는 스택이 단편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만했다. 보름 동안 막탄에서 지내며 바다에 스물네 번 들락거리는 등 원 없이 물속에서 살아보기도 했고, 책을 만들고 글을 꾸준히 쓰고 읽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뒤로 하고 나온 첫 직장에 대한 회고나, 지난 2개월의 휴식기간에 대한 기록을 위해서는 아니다.
나의 직장 생활에 대한 첫 번째 갈무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지난주부터 출근하고 있는 직장의 업무환경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홈트레이닝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우리 팀은 매일 아침 10시와 저녁 9시에 라이브로 방송(시간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을 태운다. 6년 동안 요가를 했었지만, 직전 2년 동안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기 때문에, 내 몸 상태는 형편없기 그지없었다. 출근 첫날, 나는 내 책상 앞에 요가매트를 펴 놓고 수업을 라이브로 들으며 PT를 받을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그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나는 매일 아침 수업 시간마다 요가매트를 펼쳤다. 그렇게 4일이 지났고, 토요일을 앞둔 금요일 아침에도 역시나 근무시간에 PT를 받는 호사를 누렸다.
Do routins, be yourself
4일 만에, 2년 동안 굳었던 몸이 되돌아올 리 만무했지만, 그날의 운동을 마치고 자리를 정리하는데 몸과 머리가 평소와 다르게 유달리 가벼워짐을 느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고 듣고 먹고 마시고 행하는 것들이 곳 나 자신이 되겠구나.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가 결국에는 나를 완성시키겠구나. 서른이 되었다고 해서 천지가 개벽하거나 갑자기 삶에 대한 통찰의 시야가 터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숨 날숨 외에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무기력 사태가 발발했던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언젠가부터 정체기가 왔다는 생각에 삶이 무료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뭘 해도 성과가 나오는 것 같아 보이지 않을뿐더러 크게 개선되거나 나아지는 부분 또한 없었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의 정신과 몸은 우리가 어떤 경험을 겪느냐에 따라 어떠한 모습이든 취할 수 있다. 앞으로는 밀가루 음식과 튀긴 음식을 멀리하고 지나치게 매운 음식도 삼가해야지. 끝으로, 수명연장의 꿈을 실현하게끔 도와준 우리 팀원들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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