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쓰다듬어주랴?
time 02
Topˏˋ rum
Midˋˏ cinnamonˏ patchouli
Baseˏˋ amberˏ musk
어서 오렴 메리, 해가 저무는구나.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옷을 좀 더 두껍게 입고 다니는 게 어떻겠니? 저런, 가디건이라도 하나 걸치고 나가지 그랬니. 자, 벽난로에 불을 지펴놓았으니 어서 이리 와 앉으렴. 담요를 좀 가져다줄까? 그래, 그렇게 담요를 두르고 있으면 추위가 금방 가실 거다. 따뜻한 우유라도 한 잔 데워주랴? 이 앞에 낙엽이 벌써 이만큼 쌓여서 오후 내내 낙엽을 쓸었지 뭐니. 들어오면서 봤지? 이제 겨우 차 한 대 드나들 수 있겠더구나.
응? 그게 무슨 말이니 메리, 누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너무 마음 쓰지 말아라. 이렇게나 빛이 나고 있는데 말이지. 너는 지금 이대로 아름답단다. 호호, 정말이고 말고. 네 엄마도 너처럼 보석 같은 바다색 눈동자를 하고 있었지. 그래 맞아, 그 사진 속에 있는 모습과 똑같이 나를 보고 웃어주곤 했지.
있잖니 메리, 네가 이미 지니고 있는 것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니? 그러니까 말이야,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집을 나서고, 해가 떨어지면 몸을 누일 곳이 있다는 사실 같은 것 말이다. 그래 맞아. 종종 우리는 나아지는 것들에 대한 것보다 나빠지는 것들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많단다. 분명히 나아지고 있는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점을 자꾸만 부정적인 쪽에 두게 된단 말이지. 나아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누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란다.
이를테면 건강 말이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잃게 되는 것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그것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부분에서 유독 예민해지곤 하지.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아침에 일어나는 게 수월하다던가, 무언가를 할 때 덜 지친다던가, 규칙적인 배변활동을 할 수 있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혹은 자정이 넘는 시각에 피자를 서너 조각 먹고도 다음날 아침이면 멀쩡한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 말이야. 이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다가, 어느 순간 평소에 하던 것들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겠니. 꼭 아프고 나서야 아, 내가 건강했었구나 하는 식인 거지.
곰곰이 생각해보렴 메리, 정말로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늘이 어둡고 내일이 캄캄하기만 한 지. 행여 그들의 이야기처럼 세상이 캄캄해, 쫒아갈 등불 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네가 등불이 되렴. 다른 누군가를 위한 등불이 아니라, 네 앞을 밝혀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등불 말이다. 마냥 낙관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아지는 것들에 대한 탐지력을 기르는 일은 중요하단다. 그래, 이리 오렴. 밤이 깊었구나. 잠이 들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어주랴?
Noteˏ
벽난로 / 캐시미어 / 태피스트리 / 데운 머그잔 / 나무로 된 창틀
나무로 된 창틀 너머에서 스며드는 찬 바람이, 집 안의 더운 공기와 만나 눅눅하고 달큼한 겨울 냄새로 바뀌고 있어요. 패츌리와 머스크의 조합이 달달한 인상을 줍니다.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부정적인 프레임 안에 갇혀 괴로워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겸손이 미덕이라는 말은 간혹 가다 본질과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머그잔에 담긴 위로 한 잔' 같은 향입니다.
*이 글은 paffem의 'time 02. 포근한 겨울밤'향수를 테마로 작성된 단편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