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여름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by 두부언니


wind 02


Topˏˋ musk

Midˋˏ flowers

Baseˏˋ cashmeran





그녀는 평소 같지 않은 고요에 잠을 깼다. 이 시간 즈음 주택가에서 들려옴 직한 소음, 이를테면 드물게 다니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라던가, 허공을 향해 짧게 짖는 이웃집 개의 소리 혹은 옆 집 영감이 집을 나설 때 들리는 무거운 현관문 여닫히는 소리와 같은 것들이 오늘따라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방 안이 너무도 조용했던 탓에 그녀의 혈관을 타고 도는 혈액이 흐르는 소리마저 들릴 지경이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로 몸을 돌려 창문을 바라보았다. 빈 캔버스를 걸어 놓은 듯한 창틀이 베이지색 벽에 못 박힌 듯 걸려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두 눈에 힘을 주어 창틀을 바라보았다. 다시 보아도 하얀 캔버스로 착각하리만치 창 밖의 풍경은 백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침대 밑에 벗어 두었던 감색 슬리퍼를 신고 창가로 다가갔다. 놀랍게도 창 밖의 풍경을 하얗게 만든 것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이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8월의 여름에.



이상한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닫힌 창문의 유리를 따라 흘러내리는 눈은 마치 백색 페인트 같았다. 그것은 쌓이지도 녹지도 않으며 세상 위를 흐르듯 덮고 있었다. 눈발은 흐르고 있었다. 창문과 건물 외벽을 타고 흘러내린 그것이 땅에 고이자 하얀 웅덩이가 생겨났다. 사방에서 모여든 눈 줄기가 작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모여 이내 도보에 작은 바다를 이루었다. 저 길을 따라 걷다가는 하얀 파도에 휩쓸려 갈 것만 같았다.


거리에는 여전히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어색한 적막이 오히려 소란스러웠다. 그녀는 마음을 어지르는 창 밖의 풍경에서 눈을 떼어 비스듬히 열려 있는 방문을 바라보았다. 이 집에서 깨어있는 건 혼자 뿐인 듯했다. 어쩌면 이 세계에 깨어있는 게 자신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새벽이었다.



그녀는 층계참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집안의 온도가 낮은 건 아니었지만, 뼈속 깊은 곳에서 시작된 한기가 온몸으로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따뜻한 차라도 내려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층으로 내려온 그녀는 응접실을 가로질러 부엌으로 향했다. 찬장에서 놋쇠로 된 주전자를 찾아낸 그녀는 물을 담기 위해 수도꼭지를 열었지만, 이내 몸이 굳어 버렸다. 수도꼭지를 통해 하얀 눈이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다. 쏟아져 내리는 하얀 눈이 주전자에 찰랑일 정도로 담길 즈음에야 그녀는 수도꼭지를 잠갔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쉬자, 머스크 향이 코끝을 스쳤다.


차가운 공기에 덧입힌 머스크는 묵직하고 들큰했다. 잠시 뒤, 주전자의 물이 끓으며 지르는 듯한 비명을 냈다. 눈이 끓으며 주전자의 주둥이를 타고 올라오는 수증기에선 여전히 차갑고 단내가 났다. 그녀는 주전자와 찻잔을 들고 응접실로 걸음을 옮겼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찻잔에 눈을 따랐다.


그녀는 텅 빈 응접실에 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을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무것도 우리지 않은 찻잔에선 머스크 향이 났다.



Noteˏ
백색 / 녹진한 / 거품 / 머스크 /

보통 비누향 하면 떠올리는 피죤이나 샴푸 냄새보다는 조금 더 강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머스크의 첫인상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뒤따라 느껴지는 cashmeran이 머스크와 대비되어 조금 더 은은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잔향이 은은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매력이 도드라지는 향입니다. 처음의 클린한 향과 대비되는 달달하고 은은한 잔향이 매력적이에요. 뿌리고 나면 온 몸이 향긋하게 코팅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paffem의 'wind 02. 백색 향'향수를 테마로 작성된 단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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