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고 싶다.

사실은 내가 나를 더 못 미더워하고 있었다는 걸

by 김방찌

엄마가 원하는 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엄마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나는 늘 ‘엄마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딸‘이 되고 싶었다.


아마 장녀라서 그랬을 거다.

큰언니고, 큰누나니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들었다.

내가 잘해야 동생들도 잘된다는,

일종의 가족 프로젝트 같은 분위기.

그리고 나는 늘 그 시작점이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회사를 그만둘 때도,

엄마에게 말하는 건 언제나 껄끄러웠다.

“또 그만뒀어?”그 말이 나올까 봐 겁이 났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또 그만두는 일의 반복.

그게 틀린 말도 아니고, 그래서 더 아팠다.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한 번은 엄마가 흘리듯 말했다.

“또 그만뒀어?”

그 말에 숨이 턱 막혔다.

그 안에 ‘실망’이라는 단어가 숨어있는 것 같았다.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출근길이 진짜 지옥길이었어.”

그 후로, 회사 얘기를 엄마에게 바로 하지 않았다.


‘작심삼일 인간’ 소리 들을까 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실 엄마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는데,

나는 이미 내 머릿속에서 혼자

‘엄마의 실망‘을 완성해버리고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내가 먼저 말을 꺼낸 적이 있다.

“엄마, 나 너무 회사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지 않아? “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직종도 있지.

요즘은 이직하면서 연봉도 오르고 그러는 사람들 많아. “


그 얘기를 듣고 좀 놀랐다.

엄마가 나를 그렇게 한심하게만 보는 건 아니었구나.


사실 엄마는 나에게 “한심하다”라고 말한 적도,

“자랑스럽지 않다”라고 말한 적도 없다.

엄마는 내 편이었다.

늘 그랬다.

다만 내가 엄마 눈을 의식해서,

자꾸 나 자신을 미워했던 것뿐이었다.


친구들 모임에서 꺼내기 좋은 딸.

누가 봐도 잘 나가는 회사에 다니고,

명함도 내밀고,

용돈도 드리고,

여행도 보내드리는 그런 딸.

나는 그걸 해드릴 수 없어 엄마한테 미안했고,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엄마가 나를 못 믿는 게 아니었다.

내가 나를 못 믿고 있었던 거였다.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던 마음은 사실,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요즘은,

엄마의 기대보다

내 기대에 더 가까이 가보고 싶다.

나를 믿어야 하는 사람은 결국,

엄마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