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김응켱 일기 #3
퇴사한 지 반년이 넘어간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일요일 저녁이면 이상한 긴장감을 느낀다.
어쩐지 관습, 또는 습관처럼 느끼는 긴장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지나간 토요일과 곧 지나갈 오늘과도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내일이거늘, 다가올 월요일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인 것이다.
기업 노동자 응켱의 월요일은 일단 쌓여있는 메일함을 마주해야 하는 날이었고, 주말과는 다른 뭔가의 모드를 (작동이 잘 안됨에도 불구하고) 가동해야만 했던 날로 기억한다. 새로운 메일과 울리는 전화벨에 태연한 척 대응하지만 그래도 5년 차가 되도록 늘 나는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나중에는 몸도 안 좋아져서 손에 식은땀이 난다는 감각을 알게 되기도 하였으니.
어쩌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긴장감이란 주말보다 평일에 활성화되는 메일함과 온갖 연락수단의 그 감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반백수의 삶에서 메일이란 긴장감과 함께 한줄기 빛과 같은 반가움의 대상이렷다...!)
여전히 내 삶에 습관처럼, 관습처럼 반복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긴장감.
살아온 대로 노동으로 가득 찬 하루에서 만족을 느끼고 나태로 가득 찬 하루에서 불안을 느낀다.
그러한 관습적인 사고에서 조금 이탈해보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창작을 지속하는 에너지가 되어준다고 믿기 때문. 하지만 사실 여전히 잘 안 되는 부분 중 하나.
옳고 그름의 관점이라기보단 선택적인 사는 방식의 문제임을 최근에서야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만큼 오래도록 나는 옳고 그름의 문제로 바라보고 살았음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튼 일요일이다. 월요일이 온다는 이 알싸한 긴장감을 느끼며 몇 자 적어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