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하지!

미리 말해 봤자!

by 신성철

저는 산골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보냈습니다. 버스가 하루에 3대 정도 다녔고, 도로도 비포장이었을 정도로 산골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동네에서 두 번째로 저희 집에 TV를 샀습니다. 당시 온 동네 사람들이 저희 집에 모여 TV를 봤습니다.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도 제가 초등학교 4학년이 넘어서야 들어왔고, 집 전화도 그쯤 들어왔습니다. 가전제품이 들어올 때마다 온 동네 사람들이 구경을 왔습니다.

c_a02Ud018svc1xbw2qqmgjno6_hg7krz.jpg?type=w520


그만큼 제가 살던 곳은 산골 시골이었습니다. 그런 산골에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쯤 오락실이라고 하는 것이 들어왔습니다.


오락기계를 처음 본 우리들은 함성을 질렀습니다. 작은 화면에서 화려하게 움직이는 비행기와 사람을 보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당시 저희들에게 오락실은 신천지 그 자체였습니다.


갤러그, 제비우스, 서커스, 보글보글 등 10대가 안 되는 오락기계에 하루 종일 아이들이 붙어 앉아 있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특히 일요일에는 아침 문 여는 시간에 들어가서 문 닫을 때까지 오락실에 있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e_d02Ud018svcpts6sumqog3r_hg7krz.jpg?type=w520


당시 오락 한 판에 50 원했는데, 50원은 우리에게 큰돈이었습니다. 그 50원을 구하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해가며 부모님께 돈을 타냈습니다.


심지어는 부모님 돈에 몰래 손을 대는 친구들도 있었고, 집에 있는 쌀을 내다 파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몇몇 친구들은 부모님께 걸려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부모님께 혼이 나도 학교만 마치면 오락실로 갔습니다. 돈이 없는 날은 구경만 했습니다. 직접 하면 더 좋겠지만 구경도 재미있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락실에 있으면 부모님들이 오셔서 한 바탕 꾸지람을 하시며 잡아갔습니다. 등짝을 맞고 울면서 끌려 나가면서도 눈은 오락기계에 있습니다.


저 또한 할머니 손에 잡혀서 강제로 집으로 끌려갔습니다. 그러나 오락실의 장면들이 아련거려 몰래 빠져나와 오락실을 갔다가 걸려서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부모님들께서 오락실 앞을 지키거나 수시로 오락실에 들려 감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농사를 업으로 하고 계셔서 100% 감시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오락실을 드나들지 말라고 선생님께서 경고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고에도 오락실은 늘 만원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00 이는 오락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친구였습니다. 거의 매일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다 보니 다른 친구들에 비해 오락 실력이 월등했습니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고, 부러움을 사는 친구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도 아니고, 잘생기고 키 큰 친구도 아닌 오락을 잘하는 친구였습니다. 거의 영웅 수준이었습니다.

i_c02Ud018svc1p9gw1pb2yjsy_hg7krz.jpg?type=w520


당연히 00 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오락 비용을 구하기 위해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며 돈을 타내다가 결국 급식비(당시 제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경남에서 두 개 밖에 없는 급식학교였습니다)까지 오락 비용을 사용했습니다.


당시 한 달 급 시기가 3,000원이었는데 3-4달 정도 급식비가 밀렸을 때 선생님께서 부모님에게 연락을 해서 들통이 났습니다. 이 사건으로 학교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학교로 찾아오신 친구 부모님은 저희들이 보는 앞에서 친구를 때리며 말씀하셨습니다.


‘이 원수야! 손을 댈게 따로 있지! 급식비까지 손을 대냐! 오락이 하고 싶으면 바른대로 말하면 되지! 급식비까지 손을 대?! 어디서 이런 못 된 걸 배웠어! 오락실 간다고 이야기하면 내가 돈을 안 주겠냐!’


친구는 집에 가서도 부모님께 엄청 맞았다고 했습니다. 가의 죽다가 살아났다며 다시는 오락실을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오락실 생각 안나냐?’

'왜 안 나겠냐? 눈에 아른아른거린다'

'한 번 가면 되지'

‘돈이 없다. 돈이’

‘전에 너희 부모님이 너한테 오락실 가고 싶으면 이야기하라고 했잖아, 돈 준다고’

‘안 그래도 그랬다가 죽게 맞았다’

‘엉? 맞았다고’

‘그래! 죽다 살았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고’

‘그때 분명히 바른대로 말하면 준다고 한 것 같은데....’

‘그걸 믿은 내가 등신이다’

'그럼 이제 오락실은 가기 힘들겠네'

'안 그래도 지금 돈 구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안 되면 다시 급식비 쓰지 뭐! 죽이기야 하겠냐'


친구는 진짜로 다시 급식비에 손을 댔습니다. 친구 부모님은 오락실 불 질러 버리겠다고 휘발유 들고 갔다가 경찰이 출동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얼마 전 막내가 몰래 햄버거를 시켜먹다가 걸렸습니다(저랑 햄버거는 한 달에 2번만 먹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아빠 : 왜 몰래 시켜먹어? 아빠한테 이야기하면 아빠가 못 먹게 하겠니?

막내 : 저번에 못 먹게 했잖아요.

아빠 : 내가 언제?

막내 : 어제요. 어제 햄버거 먹고 싶다고 하니까 한 달에 두 번밖에 안된다고 안 사줬잖아요.

아빠 : 그거야 몸에 안 좋으니까 그렇지

막내 : 그래도 먹고 싶어요.

아빠 : 그래도 앞으로는 몰래 먹지 말고 아빠에게 이야기해

막내 : 그럼 저 혼 안 내실 거예요?


생각해보니 막내가 햄버거 이야기를 하면 혼을 낸 적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라고 해 놓고 솔직히 말하는 아들에게 오히려 혼을 낸 것입니다.


솔직히 말한다고 해서 그걸 부모가 다 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아이들은 알고 있는데도 저는 아직까지 '미리 말하면 안 들어 주겠니?'라고 하고 있네요


#네이버 밴드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세 잎 클로버 #행복한 부모교육 #부모교육

#행복교육 #행복한 진로교육 #자아존중감 향상 교육 #선택이론 #아들러 #신성철 교수

b_g03Ud018svcobqi1h8i7qno_hg7krz.jpg?type=w52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모는 오아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