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보다 낫다.

자녀는 부모를 앞서갑니다.

by 신성철

얼마 전부터 막내는 아날로그시계 보는 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을 보면서 시간이 몇 시인지 알아맞히는데 처음에는 많이 어색해하더니 요즘은 꽤 능숙하게 시간을 보기 시작합니다. 본인도 아날로그시계의 시간을 볼 줄 아는 게 신기했는지 이곳저곳 다니면서 자랑하듯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엄마 작은 바늘이 3에 가있고, 큰 바늘이 6 하고 7 사이에 있으면 몇 시인 줄 알아?’

‘아빠 작은 바늘이 시간 맞지요?’

‘아빠 왜 큰 바늘은 느리고 작은 바늘은 빨라?’

‘형아! 작은 바늘이 2 하고 3 사이에 있으면 2시 일까? 3시 일까?’

‘형! 음..... 작은 바늘이 4에 있고, 큰 바늘이 12 하고 1 사이에 있으면 4시 맞겠지?’

‘형! 형아는 몇 살부터 시계 볼 줄 알았어?’

‘아빠! 나 이제 시계 잘 보는 거 맞죠?’


이런 질문들을 쉴 새 없이 쏟아냅니다. 자기가 보는 시간이 맞는지 틀린 지 확인하는 질문을 쏟아냅니다. 그렇게 묻고 또 묻고 하면서 조금씩 시간을 익혀가는 모습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살짝 지어지기도 합니다. 혼자 답답해하고, 혼자 우쭐해하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얼마 전 부모님 댁에 아이들과 잠시 들리러 간 적이 있는데 막내는 여기서도 열심히 자랑을 합니다.


‘할머니 큰 바늘이 4 하고 5 사이에 있으면 몇 시인지 알아요?’

‘할아버지 7시 한 번 그려봐요’

‘할머니는 지금이 몇 시인지 알아요?’

‘할아버지. 작은 바늘이 시간이게요? 큰 바늘이 시간이게요?’

‘할아버지는 몇 살 때부터 시간을 볼 수 있었어요?’

‘할머니는 6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요?

‘음..... 할아버지는 저 시계 시간 다 알아요?’


이렇게 막 자랑을 합니다. 자기는 이제 다 안다는 것이지요.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모르는 줄 알고 막 자랑을 하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가소롭습니다. 사실은 저렇게 자랑을 해도 막내는 아직까지 완벽하게 시간을 볼 줄 모릅니다. 아직도 큰 바늘이 중간에 가 있으면 헷갈리고요. 7시 45분 이런 시간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합니다. 여전히 엄마에게 ‘엄마! 큰 바늘이 4에 가있고, 작은 바늘이 5 하고 6 사이에 있으면 나 데리러 와’ 이렇게 말할 정도니까요.


그런데도 막내는 다 안다는 듯이 부모님에게 자랑을 합니다. 막내의 그런 자랑을 물끄러미 쳐다보시는 어머니께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물론 조용하게 말입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시간을 다 안 것 같은데. 저 녀석은 아직도 시간을 다 못 보네. 왜 저렇게 느리지? 나를 닮았으면 지금쯤이면 시간은 다 볼 줄 알 텐데’

제 말을 들으신 어머니께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저를 물끄러미 웃으시면서 바라보십니다. 무언가 의미심장한 웃음입니다. 그렇게 막내의 깨알 같은 자랑이 끝나고 막내는 형들이 있는 방으로 가버립니다. 거실에는 어머니와 저만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보시더니 한 마디 하십니다.


‘너는 초등학교 3학년 넘어서 시계를 볼 줄 알았다. 아무리 가르쳐도 그렇게 모르더니 그래도 막내는 너에 비하면 진짜 빠른 편이네’

‘네에 제가요? 에이 저는 학교 들어가기 전에 다 알았는데.......’

‘너는 학교 들어가기 전에 글자도 제대로 못 읽었다’

‘제가요?..... 설마요......’

‘설마 아니다. 너는 구구단도, 글자도 제대로 못 때고 학교 들어갔어’

‘에이.....’

‘막내가 너 보다 훨씬 나아’

‘네에?’

‘큰애나 둘째도 너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는데. 너희 애들이 너 보다 훨씬 나아’

그날 저는 굉장히 큰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못한다고, 느리다고, 왜 그것밖에 못하냐고 다그쳤던 애들이 사실은 저 보다 훨씬 나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못한다고, 느리다고, 잘하지 못한다고 꾸중하고 잔소리한 게 괜스레 미안해지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답답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최소한 저보다는 나은 애들이니까요.


그나저나 저의 모든 과거를 알고 있는 부모님은 절대 속일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 앞에서는 조심해야 되겠습니다. 잘못하면 대 망신을 당 할 수 있겠습니다.


#행복한부모교육 #네이버밴드 #행복을만드는사람들 #세잎클로버 #신성철교수 #행복 #자아존중감 #자기수용 #타자존중 #자유 #자립 #선택 #좌충우돌불량아빠의행복한부모교육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산타 할아버지는 살아 계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