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임이라는 죄책감
제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 ‘행복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자녀를 지켜보라’는 것입니다. 저는 강의를 통해 ‘행복한 부모’란 ‘자녀를 지켜볼 줄 아는 부모’라고 강조를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몇몇 부모님들께서 불편하고 불안한 얼굴을 하십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저에게 질문을 합니다.
‘교수님 질문이 하나 있는데 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어떤 질문도 좋으니 하셔도 됩니다’
‘교수님께서 금방 자녀를 지켜보라고 하셨잖아요. 그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되면 부모가 자녀를 방치하는 것은 아닐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그렇잖아요. 부모라면 당연히 자녀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되는 존재인데 그냥 지켜본다는 것은 부모가 자녀를 방임하는 것은 아닐까요?’
‘방임이라고 생각을 하시나요?’
‘네에.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부모가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만 본다는 것은 결국 부모가 자기의 역할을 포기하는 거 같아서 조금 불편해요’
‘그렇군요. 그렇게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역으로 한번 물어봐도 될까요?’
‘네에.... 하셔도 됩니다.’
‘어머니께서는 방임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방임이요? 음.... 그거야 부모가 자녀에게 아무것도 안 해주고 그냥 방치하는 거 아닐까요?’
‘네에. 좋은 의견이십니다. 그렇다면 자녀에게 무엇을 해주는데 누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일까요?’
‘네에?... 그거야..... 부모가..... 아니.... 자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건가요?. 갑자기 헷갈리네요.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해 본 것 같아서요’
‘네에. 방임이란 부모가 원하고, 부모가 해주고 싶은 것을 안 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원하고 해주고 싶은 것이 아니고, 자녀가 원하는 것을 부모가 의도적으로 해주지 않는 것이 방임입니다’
‘아.... 자녀가 원하는 것을 부모가 의도적으로 해주지 않는 것이요?’
‘네에. 그러니까 지켜본다는 것은 자녀가 원하는 것을 존중해주는 것이니까 절대로 방임이 아닙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부모가 자녀에게 무언가를 해주지 않는 것을 ‘방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해주는 것의 중심도 부모입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들은 자녀가 원하지 않음에도 학원을 알아보고, 학교를 알아보고, 계획을 짜는 등 많은 시간을 자녀에게 할애합니다.
만약 자녀를 위해 자신이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다면 원인 모를 불안감과 죄책감에 빠져듭니다. 몇몇 부모교육 전문가들도 부모가 자녀를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니 더욱더 불안해집니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고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방임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가 원하고, 주고 싶은 것을 자녀에게 주고 있는 부모는 자녀의 인생에 ‘간섭’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방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방임은 부모가 주고 싶은 것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자녀가 원하는 것을 부모가 해줄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을 달리 해야 합니다.
그러니 지켜본다고, 부모가 해주고 싶은 것, 부모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있지 않다고 해서 불안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방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녀를 존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