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받지도 공부를 하지도 않았기에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고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너무 들뜬나머지 마음만 앞섰을 뿐 방식을 몰랐다.
그냥 적어내려가면 되는 줄 알았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글을 적어둔 글들은 에세이가 되었고 그 글들은 소설이 될 수가 없었다.
매번 주인공이 달랐고 주인공의 성격이 달랐고 상황도 다르니 당연히 이어 붙이기엔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생일에 나를 위해 아이패드 구입했다.
처음으로 날 위한 생일 선물이었고 공장을 다니며 주야 2교대해서 월급이 평균 300이 넘었지만
빚을 갚는다고 그동안 날 위한 선물 하나 제대로 해 준 적이 없다는 게 많이 속상했다. 그래서 과감히 질렀다.
지금은 그걸로 열심히 글을 쓰는 중이다.
소설을 쓰기 전 2주가 걸렸다.
그 시간에 공부를 한 것은 아니다 일은 그만두었지만 태풍도 왔고 여름휴가도 오고 여기저기서 나의 정신을 강탈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이 머릿속에서 혼란스러울 정도로 남발하는 나의 아이디어와 상상 그리고 꿈꿔온 모든 것들을
나는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책으로 만들고 써내려 갈 수 있을까..?
계획을 하기 싫어한다. 언제나 계획대로 된 적이 없으니까
언제나.. 생각하고 원하던 것을 이루어본 적이 없으니까
언제나 기회는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나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처음으로 계획하였다.
어차피 소설은 내가 어떻게 하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이루어낼 수 있는 나만의 세상이니까
처음으로 계획이란 걸 하기로 하고 처음 고민한 것은 “나의(작가의) 스타일”이었다.
해피엔딩이 난무하는 로맨스작가가 되고 싶은 건지
내가 힘들게 살아왔고 내 러브스토리가 다 쓰레기가 되었기에
새드엔딩이 난무하는 로맨스작가가 될지였다.
이렇게 말하면 로맨스에 웬 새드엔딩이야?
이렇게도 친구가 물어보던데 그냥 썸 좀 타다가 달달구리한 글 좀 적고 찢어놓으면 그게 새드엔딩 아니겠는가?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사촌의 심보를 여기에다가 넣으려다가 마음이 변했다.
지금의 나는 남들처럼 살고 싶었기에 남들처럼 평범하게 자라 평범하게 사랑받고..
여하튼.. 그래서 평범한 로맨스작가가 되기로 하고 계획? 줄거리?를 적기 시작했다.
언제 만난다 언제 헤어진다 또다시 만난다 언제 결혼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어떤 사람 어떤 이름 어떤 성격
주인공을 위해 빛을 밝혀줄 주변인들의 설정까지
그리고 중간중간 에피소트 이벤트를 양념뿌리 듯 하나하나 적어갔다.
제일 중요한 게 얼마나 적어야 하지?
너무 짧으면 여운이 남아 문제고 너~무 길어도 지루하지 않겠는가?
한… 50편은 찾아본 거 같다 글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한편을 적어 올릴 때 얼마나 적는지..
한편 당 글은 900~1만 100자 사이로 정했다.
70~80화를 적으려고 한다.
이렇게 정하니 책으로 만들면 3권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난 한 권 정도로 하고 싶었는데.. 대부분 저 정도 적는 거 같아 나도 그렇게 계획했다.
원래 소설은 양념질이다.
남들과 비슷한 글에 양념을 추가하고 새로운 식재료도 좀 넣어보고
보기엔 별반 다를 거 없는 요리 하지만 먹어봐야 다른 것을 알게 되는 그런 것.
결국 사랑이야기고 어떻게든 만나고 상황은 다 비슷하지 않은가?
모르면 다른 사람 글 열심히 읽어보면 된다.
그렇게 드문 드문 생각나서 적어둔 글도 보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소설은 어떻게 형성이 되는지 알게 되니 줄거리를 적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끔 드라마를 보다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두고 줄거리대로 사이사이 끼워 넣어봤다.
적을 때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지어내기에는 내 머리가 좋지 않다 보니 이쯤에서는 달달한 내용 이쯤에서는 한번 싸워주는 걸로 이쯤에서는 다른 갈등을 하나 만들어주고 이런 걸 줄거리에 적어 정리를 하니 좀 더 구체적인 소설의 흐름도 정할 수 있었고 계획 한 편수에 맞게 글을 적을 수 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소설 쓰기에 도움이 될 법한 책들을 찾아봤는데..
너무 어려웠다.. 아마 이 책들을 읽기 위해서는 대백과사전 하나쯤은 있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욕먹더라도 비평 듣더라도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한번 적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지나가듯 읽은 것에는 이렇게 소설을 쓰기 전에 줄거리를 먼저 적어 보는 것과 그냥 닥치는 대로 적어 내려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던데 나이가 들면서 경험이 많아지고 다양한 환경에 노출도 되어보고 듣는 게 많아지다 보니 아이디어도 젊은 사람들보다 더 많지 않냐고 하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그런 일이? 하며 신기하게 듣던 것들도 나이가 들면서 많이 듣게 되다 보니 뭔가 자극이 없어지면서 무덤덤해져 버렸다.
더 자극적이고 더 새롭고 신선한 자극이 필요해지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보고 읽다 보니 줄거리를 적지 않으면 글이 중구난방 튀는 듯 느껴졌다.
매끄럽지 않고 너무 짜집어 놓은 느낌?
기억력이 좋지 않고 글을 쓰는데 지쳐가는 느낌이 든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설정을 먼저 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