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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누범실라 Aug 17. 2023

세번째 이야기. 작가들에게 첫 작품은?

그래서 내 소설에도 나의 이야기가 물들어져 있다.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내가 어떤 글을 쓰는지는 여기서 공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지 화물기사가 직업인 여주와 여주를 배신하고 해외로 떠난 전 남자 친구 상처받은 여주를 사랑하게 되는 남주

그리고 그 들의 이야기 여기서 상당 부분은 내가 겪은 이야기와 내가 하고 싶은 일 내 취미가 많이 물들어져 있다.

그리고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을 대리만족하듯 여주에게 하기도 한다.


내가 중학생 때였을 것이다.

인터넷 소설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때인데 내가 처음 읽은 소설 제목을 아직도 기억한다.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 그리고 그때 한참 읽었던 도레미파솔라시도, 늑대의 유혹, 아웃 싸이더, 다섯 개의 별, 내 남자친구에게 같은 이모티콘이 들어간 소설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고 이해가 너무 잘되고 대화 형식의 소설이 너무 새롭게 느껴져 푹 빠져들었던 거 같다.

처음 나도 노트에 이모티콘과 친구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언어파괴를 자행하면서 극 단편 소설을 적어 친구들과 돌려보며 놀았던 기억도 난다.

아마도 이게 문제였을 수도 있다.. 너무 귀여니작가의 소설만 보고 배웠다 보니 이제 와서 글을 쓰려고 하니

이 시대에 맞는 글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몰라서 머리는 백지상태가 되어 버렸다.

다른 작가들을 보면 대부분 첫 작품은 자기의 이야기가 많이 물들어있기도 하고 심지어 본인의 이야기를 통째로 쓰는 작가들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내가 하지 못한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들을 적겠다며 모든 것들을 다 상상에 맡기다 보니 주인공 설정에서 문제가 되었다.

나는 공장을 다니는데 할 줄 아는 건 운전이 전부인데..


주인공이 변호사면 검사면 의사면..

아무것도 모르는 직업에 할 줄 아는 용어도,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옛날에 쇼츠에서 웹툰작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부업을 소재로 글을 적는데 아는 것이 없어 직접 대부업에서 돈을 빌려 갚지 않았었다고

그로 인해 채무집행을 어떻게 하는지 몸소 경험하기 위함이었고 글을 다 적고 나서 돈을 한 번에 다 갚은 적이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정말 대단한 거 같다.

나라면 새로운 소재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게 막연하게 느껴졌을 텐데..

그래서 새로운 도전은 아직 이르기에 내가 겪고 내가 아는 이야기들을 첫 작품으로 적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고 힘들 수밖에 없다 그냥 솔직함이 최고의 무기이다.

누구도 이게 내 이야기 인지 모른다 착각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자


알고 적어도 다시 찾아보고 공부하게 되는 게 내 직업이고 내가 겪은 직업인데 모르는 직업에 대해 적게 되면 모든 게 다 힘들지 않겠는가?

쉬는 시간이 없는 직업인데 열심히 쉬고 주말에 일하는 직업인데 주말에 놀러 다니고 술을 먹으면 안 되는데 술 먹고 다니고 이러면 독자들도 욕할 것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식으로 적지 말라고


내가 이해할 수 있어야 내가 공감이 가야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해 줄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별 볼일 없고 특별하지 않는 사랑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다르게 비칠 경우가 많다.


13년을 알고 만나고 헤어지고 방황하고 반복하다 결혼하자 해서 1년을 준비했는데 웨딩촬영 한 달 전에 모은 돈이 10만 원이라고 한다.

오랜 기간을 만나왔기에 사람처럼 살라고 부모님께 친구들에게 성격차이로 파혼한 걸로 하자 했다.

나에게는 특별한 게 없는 이별이고 파혼이지만 남들에게는 믿지 못할 사건이기도 했다.

저 놈을 만나다 중간에 다른 놈도 4년 정도 만났는데 나랑 헤어지기 2년 전에 이미 다른 여자랑 결혼했다고 한다.

애도 있다네? 고향 후배고 아버지도 토목계통 저 놈 아버지는 군청에 토목과 결국 한, 두 다리 건너면 다 알만한 사람들이라서

소리 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이때도 성격차이로 헤어졌다 했다.

이것도 남들이 들으면 화를 내고 욕을 하더라 그놈은 그래도 헤어지기 전에 4번의 바람을 피워 줬으니 내가 이미 단련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

나에게 나의 이야기는 그저 평범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어디 적기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남들에게는 대단하고 특별하고 영화 같은 그런 소설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멀리서 찾지 말자

등잔 밑이 어둡다고 아주 가까운 곳에 좋은 아이디어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당신의 인생은 지루한 삼류소설이 아니다 양념도 좀 바르고 새로운 식재료로 조금만 손 본다면

내일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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