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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누범실라 Sep 15. 2023

하루 - 옹벽 하나에 이사 왔다 비 오는 날의 감성

10층이 넘어가는 야경이 멋진 고층을 떠난 이유

옹벽 하나 때문에 이곳으로 왔다

비 오는 날 야경을 바라보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해질 무렵의 노을도

해가 지고 켜지는 조명도 호국의 다리도 저 멀리 보이는 칠곡보를 바라보는 것도 좋았지만


문을 열었을 때 떡하니 서있는 옹벽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6층의 1층이라 앞이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적당히 거리가 있다 옹벽이 너무 커서 가까워 보일 뿐 저 옹벽 뒤에는 산이 있고 그 산에서 들려주는 아침 노래는 돈을 주고도 듣지 못할 명곡이다.

간혹, 밤에는 비명소리가 들려와서 놀라기는 하지만 새시문을 닫으면 다행히 들리지 않는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더 감성적이다


지금은 건축 허가가 나오지 않을 만큼 가파른 곳이 지어진 아파트

https://youtu.be/aD7 wjM_h5 b0? si=YWmAoAXrV_CReYS9

빗소리도 들리고 글을 쓴다고 음악을 켰을 때 한 번씩 이런 명곡이 흘러나오면 아이패드를 접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이사를 하기 전에는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야경이 좋은 집에 엘리베이터가 있어 편리하고 어디를 가도 제약이 없는 자동차가 있어도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일을 해서 시간도 없었지만 그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외롭지만 이 상태로 만날 만큼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는 없었기에 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조건을 동일한데 심지어 지금은 일도 그만두어 경제적인 제한이 있음에도 나가고 싶다


이젠 외로워서가 아닌 즐겁게 놀고 싶어서다


그저 환경을 바꾸었을 뿐이고 그동안 놓지 못하고 잡고 있던 모든 미련들을 노아버리니 자유가 되었다

나를 옥죄고 숨 막히게 하던 모든 걱정들이 사라졌다


옹벽은 산이 무너져 아파트에 피해를 가지 않기 위해 설치한 것이지만 나에게는 절대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켜주는 의미의 옹벽이었던 것이다


산 바로 옆 아파트 1층은 습하다 햇빛이 안 든다 베란다가 남서향으로 되어있기에 더 햇빛이 안 든다고 말한다


습한 것은 사실이지만 햇빛은 잘 들어온다

낮시간 내내 들어오지는 않지만 여름에는 적당히 시원하고 겨울 외풍만 잡는다면 충분히 따뜻하다

오래되었음에도 바퀴벌레나 쥐는 없다 다른 집은 모르겠지만..


옹벽하나보고 이사 와서 후회를 할 뻔했지만 살아보니 괜찮다


아직 월세로 산다면 마음 내키는 대로 이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1.5층이라 사생활보호도 되고 좋다 맞은편에 집이 없으니 밤에 세탁기도 돌릴 수 있다 캠핑 짐 옮기기 좋다 옹벽에 주차장이 있어서 1.5층이라 차들이 시야를 가리지 않고 과거 중국집배달하다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서 계단이 지옥인데 계단이.. 너무 없다 하지만 차가 없으면 나가기 힘들다 가파른 곳에 지어진 아파트이니 제일 최상위단지라 사람이 다니지 않아 조용하다 세대수가 적어 텃밭인심이 좋다 튜닝카라 밤바리 갈 수가 없다


좋은 게 있음 나쁜 게 있고 두루두루 잘 조율되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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