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대학 자전거 통학 by 로시난테

by 행당동 살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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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자전거를 샀다. 싸구려 중고였다. 암스테르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아이와 곧장 시내의 중고 자전거 상점으로 갔다. 80유로. 한국 물가 생각하면 비싸지만, 암스 물가로는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부모 마음에는 그 어떤 말보다 귀한 운명 같은 동반자였다. 나는 그 자전거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로시난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탔던 말의 이름이었다. 값없는 중고지만, 내 아이를 실어 나를 명마였다.



둘째는 그 이름을 듣고 웃었다. “아빠, 이름까지 붙여요?” 아이에게는 대단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마음에는 그만한 이름이 없었다. 로시난테가 아이를 싣고 아침의 운하를 지나고, 해질녘의 바람을 가르며 학교와 집을 오간다고 생각하면 든든했다. 아이의 다리를 대신해 주고, 무거운 가방을 덜어주고, 낯선 도시의 거리를 함께 달리는 존재. 그것이 내게는 단순한 자전거가 아니었다.



싸구려 중고다 보니 일은 많았다. 바퀴는 여러 번 펑크 났고, 브레이크는 낡아 전부 교체해야 했다. 후미등과 전조등은 어느 날 사라져 있었다. 도난은 네덜란드의 일상이다. 그럼에도 로시난테는 여전히 굴러갔다. 삐걱거리면서도 달릴 만했고, 덜컹거리면서도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동영상으로 올린 아이의 등굣길을 본다. 축축한 새벽 안개 속을 달리는 아이의 뒷모습, 운하 다리를 건너는 작은 실루엣. 로시난테가 그 길을 함께 달리고 있다. 바퀴는 축축히 젖은 돌바닥 위에서 미끄러질 듯 돌아간다. 아이는 페달을 밟으며 학교로 향한다. 바람은 세차고, 자전거는 낡았다. 그러나 둘은 함께 도착한다. 이 도착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



둘째의 청춘에는 이 자전거가 있다.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학교에서 도서관까지, 도서관에서 친구의 집까지. 암스테르담의 바람 속에서 아이는 자기 삶의 궤적을 자전거 바퀴로 새긴다.



자전거는 고장 나고, 도난당하고, 때로는 쓰러진다. 그러나 여전히 버티며 달린다. 그것이 아이의 삶과 닮아 있다.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일은 펑크 난 바퀴와 같다. 예기치 못한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을 메우며 다시 달려야 한다. 때로는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고, 때로는 빛을 잃는다. 그러나 끝내 버려지지 않고 달린다. 로시난테는 아이의 일상이고, 아이의 분투다.



기숙사가 정해지지 않아 출국을 못한 둘째로 인해 로시난테는 아직까지 먼지를 먹으며 잠들어 있다. 자물쇠에 묶인 채, 좁은 창고 구석에서 잠을 자고 있다. 그러나 곧 다시 깨어나 달릴 것이다. 암스테르담의 바람 속으로, 아이의 페달 아래로. 삶은 다시 굴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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