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상경대학은 로터스아일랜드 캠퍼스에 있다. 둘째는 처음 자전거를 끌고 갔을 때 도난을 걱정했다.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도둑이 많기로 악명이 높다. 도시는 자전거의 천국이라 불리지만, 동시에 도둑들의 낙원이다. 자물쇠를 두세 겹으로 채워도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둘째는 지하에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안도했다. 지하 깊숙한 곳,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를 위한 공간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대학교 캠퍼스의 지하 주차장에 자동차 대신 수천 대의 자전거가 줄지어 세워져 있는 것. 바퀴의 나라답다. 바퀴 위에 세운 일상의 질서가 지하에 집결해 있다.
둘째는 처음엔 그곳에 자전거를 세웠다. 지하로 내려가는 경사로는 길고, 통로는 좁았다. 그러나 마음은 놓였다. 자전거는 도둑의 눈에 띄지 않고, 빛 없는 공간에서 잠들었다. 부모는 그것으로 안심했다. 도난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으니.
그러나 아이는 곧 그만두었다. 지하까지 끌고 내려가는 일은 귀찮았다. 계단을 내려가고, 또 밀고 당겨야 했다. 아침마다, 저녁마다 반복되는 그 수고가 버거웠을 것이다. 둘째는 이내 그냥 노상 주차장에 세우기 시작했다. 캠퍼스 앞 거리, 수많은 자전거 사이에 섞어 두었다. 도둑이 훔쳐가면 어쩌냐고 물으니, “뭐, 편한 게 제일이야.”라고 했다.
나는 그 대답이 서운하면서도 웃겼다. 편한 게 제일이다. 아이의 말은 가볍지만, 삶의 무게를 담고 있다. 매일의 피로와 공부의 압박 속에서 자전거를 지하로 끌고 내려가는 번거로움보다, 눈앞의 편리함이 더 크다. 게다가 지하에 세울 정도로 비싼? 자전거가 아니니 그럴만도 하다. 그래도 부모는 도난의 걱정이 더 앞서는데, 녀석 말로는 캠퍼스 노상주차장은 도난의 위험이 거의 없다나.
암스테르담의 바람은 늘 자전거의 페달을 미는 힘으로 분주하다. 그 도시에서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우선한다. 지하에는 수천 대의 자전거가 잠들고, 지상에는 또 수천 대가 몸을 기댄다. 그 가운데 하나가 둘째의 자전거다. 도둑의 눈에 걸리지 않기를, 바람과 비에 오래 버티기를. 부모는 멀리서 바람 없는 하늘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