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둘째의 일요일 점심 풍경

by 행당동 살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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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두 그릇과 빵 두 조각



첫째와 둘째의 점심 사진이 왔다. 사진의 왼쪽이 둘째, 오른쪽이 첫째였다. 단 한 장의 사진이지만, 그 안에는 두 사람의 성격과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이국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첫째의 점심은 완전한 한식이었다. 하얀 밥 두 공기. 반찬은 장조림과 달걀후라이, 볶음고추장, 그리고 핫소스. 밥 위로 간장과 고추장의 윤기가 어우러져 있었다. 둘째가 가져간 쿠쿠 1인용 밥솥에서 한 번에 밥 한 그릇 반이 나온다는데, 첫째는 그걸 두 개의 공기에 나누어 담고 결국 두 공기 모두 먹는다 했다. 그릇의 흰 바탕에 밥의 온기가 남아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그건 단순히 ‘식사’가 아니라, 그리움의 보충이었을 것이다. 두 달 동안 한식 한 번 못 먹은 몸이 이제야 제 모양을 찾는 것이다.


첫째는 밥을 통해 안정을 얻는다. 낯선 땅의 공기 속에서, 불안이 몰려올 때 밥을 짓는다. 전기밥솥의 김이 천천히 피어오를 때, 그 냄새 속에서 한국의 저녁을 떠올릴 것이다. 밥이 완성될 때까지의 시간은 기다림의 훈련이고, 한 숟갈의 밥은 그 모든 기다림의 결실이다. 그래서 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의식이자 위로다.


둘째의 점심은 다르다. 식탁 위에 놓인 것은 빵 두 조각, 달걀 입힌 두부, 방울토마토 세 개. 빵에는 크림치즈가 발려 있고, 그 위에 얇게 썬 오이가 올라가 있다. 둘째는 탄수화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빵 두 조각이면 충분하다 했다. 대신 단백질의 균형을 맞춘다. 달걀, 두부, 그리고 토마토. 둘째의 점심은 이성적인 식사였다. 영양의 배분과 체질의 조율, 그것이 둘째의 방식이다.


첫째의 밥상이 감정의 기억이라면, 둘째의 식탁은 계산된 균형이다. 둘 다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제 방식으로 자기 삶의 리듬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그 리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밥에서는 ‘삶의 근성’이, 빵에서는 ‘삶의 질서’가 느껴졌다. 부모가 대신 밥을 해줄 수 없는 땅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밥을 짓는다. 그건 ‘먹는 법’이 아니라 ‘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밥을 지을 때마다, 아이들은 삶을 끓이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암스테르담의 하늘 아래에서, 두 자매는 같은 시간에 식탁에 앉아 각자의 점심을 먹는다. 서로 다른 접시, 서로 다른 방식, 그러나 같은 온기. 그것이 부모에게는 안도감으로 다가온다. 혼자면 외롭겠지만, 함께라면 버틸 수 있다. 유학길에 형제가 같은 도시에서 산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세상이 낯설고, 언어가 다르고, 공기가 다르더라도, 같은 식탁에 앉을 수 있다면 그건 복이다.


물론 다툼도 있을 것이다.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고, 방 정리를 두고 티격태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의 눈에는 그런 다툼조차도 따뜻하다. 부딪히며 배우고, 다투며 성장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들의 인생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든다. 언젠가 각자의 집을 꾸리고, 각자의 부엌을 갖게 되겠지. 그때 이 날의 점심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밥솥에서 피어오르던 김, 빵 위의 오이. 그 기억들은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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