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대신

4화: 이름 없는 무당들

by 수원 박선생

4화: 이름 없는 무당들

“이게… 신의 각성이야?”

정우현은 허공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공수 한마디에 소년을 감싸던 검은 불꽃이 사라졌고,

마치 누군가 그의 입을 빌려 말을 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다르게 움직였다.

“당신은 이제 ‘신의 그릇’이에요.

당신이 외치는 말, 그건 예언이 아니에요. 방향이에요.”

윤서린은 잠시 말을 멈추고, 무너진 대피소를 돌아보았다.

“그 방향이 틀리면 신의 힘도 그릇된 쪽으로 향할 수 있어요.”

정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칼을 휘두르는데, 손잡이를 잡지 못한 사람처럼

그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

“신이라는 건… 이렇게 무책임한 거야?”

“아뇨. 신은 선택을 주지만, 결정은 인간이 해요.”

서린이 다시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래서, 당신이 중요한 거예요.

앞으로 깨어날 신들의 방향을… 당신이 정해야 하니까요.”

[익명 정보]

다음 날.

윤서린은 깊은 골목길로 그를 데려왔다.

서울 동북부의 오래된 전통시장.

사람은 줄었지만, 무당집 간판은 여전히 많았다.

굿집, 사주카페, 타로방, 무속 갤러리…

하지만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여기… 절반은 가짜예요.”

“무슨 뜻이야?”

“악신이 깃든 가짜 무당들.

요즘 그들 사이에서 ‘특정 아이’를 찾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또… 신의 씨앗?”

“네. 이번엔… 동자대신.

영적 감응에 가장 민감하고, 타인의 감정을 읽는 힘을 가진 신.”

“그럼 그 아이는…?”

“벌써 표적이 됐을 수도 있어요.”

[시장 안 어귀, 작은 찻집]

“정말… 여기서 뭔가 느껴져?”

정우현은 낡은 찻집 간판을 바라보며 물었다.

간판은 거의 떨어져 나갔고, 유리창엔 먼지가 가득했다.

그런데도,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묘하게… 맑고 깨끗했다.

“들어가요.”

서린이 문을 열자, 종소리도 없이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7~8세쯤 되어 보이는 작은 소년.

작은 잔에 차를 따르며, 인형 하나를 꼭 쥐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목소리는 작지만 분명했다.

“당신… 이름이 뭐야?”

“저요? 이름은, 하람이에요. 김하람.”

서린은 눈빛이 흔들렸다.

이 아이… 맞다.

동자대신의 씨앗.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찻집의 문이 퍽—소리와 함께 열렸다.

“여기 있네.”

세 명의 무속인이 들어섰다.

붉은 한복, 까만 모자, 기괴한 웃음.

그들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입꼬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우린 그냥 아이 데리러 왔어.”

“어디서 보내셨는데요?”

정우현이 막아서며 묻자, 그들은 입을 열었다.

“악신께서.”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의 등 뒤에서 흑빛 그림자가 일렁였다.

살귀.

악신의 사념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귀신.

[전투 개시]

“우현 씨! 공수 준비해요!”

“나 아직—”

“하람이를 지키려면, 당신밖에 없어요!”

살귀는 연기를 뿜으며 소년을 향해 날아들었다.

윤서린은 부적을 찢었고,

정우현은 외쳤다.

“진실을 흐리는 자여, 순수를 넘보지 마라.

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독이고, 너의 손에서 나오는 빛은 거짓이다.”

말과 함께, 우현의 몸에서 투명한 물방울들이 흩어졌다.

살귀가 맞는 순간, 몸이 산산조각처럼 부서져 사라졌다.

남은 가짜 무당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하지만 그들 중 한 명은, 사라지기 직전 속삭였다.

“열둘은… 우리께 될 거야.

첫 번째 열쇠는… ‘선황대신’이다.”

� 다음 화 예고

5화: 검은 교단

우현과 서린은 악신 세력이 하나의 조직, ‘검은 교단’으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열두 신령 중 가장 중재자인 ‘선황대신’이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정보가 들어오고, 그 흔적은 국회의원 비서실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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