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검은 교단
5화: 검은 교단
“검은… 교단?”
정우현은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조금 전, 가짜 무당이 남긴 마지막 말.
“열둘은 우리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열쇠는 선황대신이다.”
“이 교단이 뭐야? 무슨 사이비 집단 같은 거야?”
윤서린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냥 그런 수준이 아니에요.
악신의 ‘인간 조직화’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조직화라고?”
“네. 원래 악신은 욕망에 깃드는 ‘기생체’에 가까웠어요.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여러 명의 가짜 무속인, 사이비 교주, 정계 인사들이 정확하게 같은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그녀는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수십 명의 이름, 사진, 연계 도표가 정리된 수첩.
그녀 혼자 추적해온 악신 관련자 리스트였다.
“이건… 거의 수사기관급인데…”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신의 씨앗들은 지금, 권력과 욕망의 심장부로 향하고 있어요.
거기서 악신이 깃들면, 단순한 굿으로는 못 막아요.”
[이상한 공수]
그날 밤, 우현은 이상한 꿈을 꿨다.
긴 테이블. 회의실.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 있고,
그들 가운데에 말을 하지 않는 자가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텅 비었고, 입술은 붉었다.
그리고 그 위에, 황금빛의 날개가 그림자처럼 얹혀 있었다.
‘선황대신…?’
그가 입을 열지 않자, 다른 이들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누군가 속삭였다.
“신의 중재자는, 인간의 권력에 무릎을 꿇었다.”
[현실 – 다음 날 아침]
“악몽?”
서린은 우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해졌다.
“말을 하지 않는 남자, 황금빛 날개…
그건 ‘선황대신’이 속박당했다는 뜻이에요.”
“속박?”
“신이 인간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녀는 노트북을 열었다.
뉴스 창에는 한 국회의원의 사진이 떠 있었다.
[국회의원 이만철, 최근 영적 자문팀 신설 논란]
“이 사람… 정치권에서 최근 급부상한 인물이에요.
그리고… 그 비서가, 최근 ‘정화 의식’을 치른 무당이었어요.
하지만 그 의식, 공식 굿판이 아니라 비공식 폐쇄 의식이었죠.”
“말하자면, 악신이 신을 감금해놓고 인간과 거래하는 거네.”
“맞아요.
선황대신은 열두대신 중에서도 균형과 판단을 맡은 신령이에요.
그 신이 붙잡힌다면, 나머지 신들의 깨어남에도 왜곡이 일어날 수 있어요.”
정우현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자신이 원해서 이 길에 선 것이 아니지만, 이제는 거부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그럼… 가야겠네.”
“어디로요?”
“국회의사당.”
[서울 여의도 – 국회의사당 비서동]
두 사람은 보안검색대를 지나, 이만철 의원의 비서실로 향했다.
공식 민원 응대라는 명목으로, 서린이 미리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들이 들어섰을 때—
비서실 안에는 무언가 무속과는 다른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사무용 책상 위에 올려진 금빛 도장,
천장 구석에 그려진 붉은 삼각형 부적,
그리고 땅 밑에서 올라오는 듯한 속삭임의 기운.
“…여긴 그냥 비서실이 아니야.”
정우현은 말없이 손끝을 움직였다.
불사대신의 물이, 공중에 푸른 안개처럼 떠오르더니
곧, 바닥을 감쌌다.
그 안개 너머, 한 남자의 그림자가 보였다.
정장 차림. 붉은 넥타이.
눈빛은 텅 비었고, 입은 닫혀 있었다.
“그 사람… 꿈에서 본 그 남자예요?”
“맞아요. 선황대신의 그릇이에요.”
“근데… 깨어나지 못했어.”
“아니요. 깨어났는데, 봉인당했어요.
그 영혼은 지금, 정치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혀 있어요.”
� 다음 화 예고
6화: 신의 재판
정우현은 처음으로 ‘공수’를 통해 봉인된 선황대신과 접촉을 시도하고, 그의 기억을 엿보게 된다. 그곳엔 ‘검은 교단’의 시작, 그리고 가장 먼저 타락한 무당의 실루엣이 남겨져 있었다. 선택은 다시 인간에게 주어진다—신을 구할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