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불사대신의 기억
“이게… 뭐야…?”
정우현의 손끝에서 피어오른 물줄기는 살아 있는 것처럼 흐르고 있었다.
빗물도 아니고, 파이프도 없다.
그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손에서 솟아오른 ‘물의 형상’.
“말도 안 돼…”
그는 얼른 손을 털어내려 했지만, 물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그의 손을 타고 맥박처럼 흐르다가, 서서히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
쑤욱—
눈앞이 어지러웠다.
정우현은 휘청이며 무릎을 꿇었다.
“이건… 뭐지…”
그리고, 그 순간.
[기억이 개방됩니다.]
머릿속에 낯선 풍경이 밀려들어왔다.
[환상: 기억의 파편]
푸른 호수 위에 떠 있는 신단(神壇).
그 위에 서 있는 존재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불사대신.”
그 목소리는 물결처럼 부드럽고, 심장처럼 깊게 울렸다.
“너는 이 혼탁한 세상에 떨어진 나의 그릇이다. 잊지 마라. 정화하라. 거짓된 신들을.”
정우현은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존재를 바라봤다.
그것은 신이면서도… 인간 같았다.
아니, 인간이 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던 시절의 형상.
“열두대신이 깨어나면, 문이 열린다. 악이 토해지고, 세상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현실로 복귀]
“후…”
정우현은 숨을 헐떡이며 정신을 차렸다.
숨이 막힐 정도로 깊은 물속에서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바닥에 손을 짚자, 땅은 축축하지도 않았다.
방금 전까지 물줄기가 있었던 자리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지금 본 건… 뭐야?”
“불사대신의 기억이에요.”
윤서린은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열두 신은 세상의 타락을 바로잡기 위해 인간의 몸에 깃들고 있어요.
당신은 그 중 첫 번째, 정화의 신을 품은 존재죠.”
“왜 하필 나야?”
“그건… 제가 아니라 ‘신’이 정한 일이에요. 저도 그 이유까진 몰라요. 하지만 하나는 확실해요. 당신이 깨어났다는 건, 악신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에요.”
우현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거짓을 말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이 본 ‘기억’도 꾸며낸 환상이 아니었다.
그때, 그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뉴스 속보]
“서울 동부지역 대형 화재… 용의자 무속인 추정”
불길한 기운이 등 뒤를 스쳤다.
“이게… 무슨 의미야.”
윤서린은 낮게 속삭였다.
“두 번째 신이 깨어날 때, ‘불의 신’도 움직입니다. 그건 아마… 산왕대신.”
“그럼, 또 다른 신의 그릇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거야?”
“아니요.”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말했다.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예요. 산왕대신의 그릇이… 악신에게 먼저 잡히면.”
� 다음 화 예고
3화: 타락의 시작
대형 화재 사건 현장으로 향한 우현과 서린.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잿더미 위에 선 ‘가짜 무당’과 악신의 흔적. 그리고 그를 지키려는 한 소년, 산왕대신의 씨앗. 선택받은 자를 지키기 위한 첫 전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