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죄의 무게
12화: 죄의 무게
서울, 마포구 모 고등학교 옛 교정.
밤이 되면 폐교된 건물에서 인기척이 난다는 소문.
하지만 실제로는, 최근 의문사와 실종이 연이어 발생한 장소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윤태가 있었다.
[죽은 자의 심판]
폐교의 강당.
정윤태는 조용히 손을 들어 사람 하나를 끌어올렸다.
“기억하니? 넌 날 따돌린 적 없다고 말했지.
그저 분위기를 맞춘 거라고. 하지만 웃기지 마.
내가 옥상에 올라가던 날,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그는 눈을 감고 읊었다.
“윤태 쟤 또 혼자 있네. 찐따같이.”
“아무도 안 말렸어. 그래서 난 떨어졌고, 너희는 졸업했지.”
공중에 떠오른 남자는 갑자기 목을 움켜쥐었다.
보이지 않는 ‘죄의 손’이 그의 몸을 조이고 있었다.
“이건… 너 스스로 만든 죄야. 내가 심판하는 게 아니라 너의 기억이 너를 짓누르는 거야.”
[윤서린의 경고]
윤서린이 급히 마법진을 그리며 말했다.
“이건 단순한 공격이 아니에요.
이건 ‘죄의 파동’이에요.
심연의 악은 타인의 죄책감을 기생 숙주로 삼아요.
그 사람이 자신이 죄인이라는 걸 인정할수록,
윤태는 더 강해져요.”
정우현은 이를 악물었다.
“…이게… 신의 힘이야?”
“아뇨.
이건 신의 힘을 모방한 ‘원한’이에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지, 회개하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공수, 실패하다]
정우현은 떨리는 손으로 공수를 열었다.
“죄의 무게는 인간만이 알 수 있다.
그 판단은 신의 것이 아니며, 그 고통은 스스로…”
하지만 말이 끊겼다.
정윤태의 눈빛이 그를 꿰뚫었다.
“너도 마찬가지야, 정우현.”
“그때 나를 외면한 네 입은 지금 신의 공수를 말하고 있지.
말해봐. 그때 나한테 왜 말 안 걸었는지.”
정우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장이 조여오고, 공수가 끊겼다.
그는 지금,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죄책감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무기였다.
[진심의 고백]
“그땐… 미안했어.
너무 늦었고, 지금 말해도 변명인 거 알아.”
정우현은 무릎을 꿇었다.
“넌 무서웠어.
네가 고통받는 걸 보면서, ‘괜히 도와주다가 내가 다칠까 봐’ 피했어.
나도 외면했어. 그래서… 너한테 죄인이야.”
정윤태의 몸이 흔들렸다.
“…그래도 너한텐… 그런 말 들을 자격 없어.”
“그래.
없어.
근데 신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 그냥 정우현으로서 사과하고 싶었어.”
[신의 침묵, 인간의 선택]
그 순간, 정윤태의 눈동자에서 물기처럼 기운이 번졌다.
심연의 악이 떨렸다.
그리고, 한줄기 빛이 그의 등 뒤에서 비췄다.
선황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은 판결자가 아니다. 그저 ‘선택’의 순간에 존재할 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다.
“선택해라, 윤태야.
너는, 여전히 심연이길 바라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손을, 다시 잡고 싶은가?”
[끝내지 못한 심판]
윤태는 눈을 감고 조용히 물었다.
“…너,
그날 이후로 날 잊지 않았냐?”
정우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매년… 네 생일엔 하늘 한 번씩 봤어. 그게 죄책감 때문이든, 뭐든…
널 외면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
잠시 정적.
그리고, 심연의 기운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윤태의 손이 떨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첫 번째 악신의 그릇, 정화]
검은 기운이 하늘로 올라가며 사라졌다.
윤태의 몸이 지쳐 무너지듯 바닥에 닿았고, 그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난 아직… 살아 있어?”
“그래.
다 끝난 건 아니야.
하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정우현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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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검은 의회
정윤태의 정화로 균형은 일시적으로 회복되었지만,
검은 교단의 실체가 점점 공개되며, ‘의회’를 중심으로 형성된 악신의 정치 구조가 드러난다.
그들은 단순한 원한이 아닌, 체계적 지배를 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