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검은 의회
13화: 검은 의회
새벽 3시.
서울 시내 일부 지역이 정전되었다.
뉴스는 일시적 전력 과부하라고 보도했지만, 윤서린은 달랐다.
“의도적이에요.
악신의 의식은 항상 ‘빛의 단절’을 전조로 해요.”
정우현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보이지 않았다.
[신령들의 반응]
정우현은 각성한 세 신령 바리공주, 별성대신, 군웅대신과 함께 서울 외곽의 한 폐터널 안에 도착했다.
그곳은 옛 지하철 공사 중 폐기된 라인이었고, 지금은 ‘무속인을 위한 기도 장소’라는 이름으로 비공식 굿판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했다.
“기운이 심상치 않아요.”
별성대신이 낮게 속삭였다.
“여긴 단순한 회합장이 아니에요.
‘검은 의회’라는, 악신의 집행부가 모이는 장소입니다.”
[검은 교단의 정체]
폐터널 내부, 낡은 법정처럼 생긴 원형 회의장이 있었다.
붉은 망토를 두른 자들이 원을 이루고 앉아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과거 굿판의 무당,
일부는 종교단체 지도자,
그리고…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그들의 중앙엔,
누군가 앉아 있었다.
얼굴은 가면으로 가렸고, 이름은 없었다.
이름 없는 무당.
“의회를 소집한다.”
그녀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윤태는 실패했지만, 예외다.
그는 ‘심연의 정화’를 겪었고, 그건 신의 개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회의장 중앙 바닥이 열리며, 한 사람이 끌려나왔다.
“이번 그릇은 실패하면 안 된다.
그는 이 사회의 중심에서 움직여야 한다.”
[두 번째 악신의 그릇 – 선정]
“그의 이름은 박무현.
국회의원, 현 집권당 최고위원.”
정우현은 터널 벽 뒤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며, 숨을 삼켰다.
“정치인이…?”
“단순한 개인이 아니에요.”
서린은 낮게 말했다.
“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가짜 무속을 ‘정치 상품’처럼 사용해 왔어요.
상대 정적을 주술로 저주했다고 선전하고,
국민의 공포심을 자극해 권력을 얻었죠.”
“그럼… 그는 악신에 조종당한 게 아니라… 악신을 먼저 끌어들인 거야?”
“맞아요. 그는 스스로를 신보다 위에 두기 위해,
악신을 신의 자리에 앉히려는 자예요.”
[선황대신의 판단]
정우현의 귀에 선황대신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제 싸움은, 원한이 아닌 체계의 문제로 옮겨간다.”
“이름 없는 무당은 ‘감정’을 악신화했지만, 박무현은 ‘질서’를 악신화한다.”
“그는 신의 이름이 아닌,
사람들의 법과 정치라는 이름으로 신을 거부할 것이다.”
정우현은 조용히 되물었다.
“…이 싸움, 정말 이길 수 있을까요?”
[악신의 조직적 시스템 – ‘의회’의 기능]
윤서린은 다이어리를 꺼내며 설명했다.
“검은 의회는 단순한 교단이 아니에요.
각 파트에 전문적인 역할이 있어요.”
� 재판관 – 심연의 악
그의 그림자는 어둡고,
목소리는 낮고 울림이 깊었다.
“내가 하는 건 단죄가 아니다.
스스로 죄인이라고 믿게 만드는 일.”
그는 사람들의 뇌리에 불안과 후회를 심었다.
한 번의 무시, 한 마디의 외면,
그 기억을 되새기게 하여
스스로 가슴을 조이게 만들었다.
“나는 재판관.
모든 ‘미안함’이 내 무기가 되지.”
� 통치자 – 권력의 악
그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마이크 앞에서 담담히 말했고,
그 말은 뉴스가 되었고,
그 뉴스는 법이 되었다.
“신이 나라를 구한다고요?
그건 미신입니다.
민중의 힘, 제도의 힘을 믿으세요.”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겁을 먹을수록,
자기 말이 신처럼 들린다는 걸.
“나는 통치자.
정당한 공포는 최고의 통치 도구야.”
� 유혹자 – 쾌락의 악
무대 위에 선 소년은 너무나 눈부셨다.
그의 미소는 완벽했고,
그의 말은 꿀처럼 달았다.
“당신이 날 좋아해줘서 살아있을 수 있어요.”
“사랑해요. 영원히.”
그런데 그의 눈동자는…
무표정했다.
그는 누군가의 사랑을 느끼는 법이 없었다.
사랑은, 그저 팔리는 상품이었다.
“나는 유혹자.
사랑받는 건 축복이 아니라,
중독시키기 가장 손쉬운 도구지.”
� 사육자 – 소비의 악
그는 사람들 앞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름은 재단이었고, 자리는 빌딩 위였다.
그가 원하는 건 간단했다.
“사는 걸 편하게 만들어주지.
대신, 너희는 스스로를 조금씩 팔게 될 거야.”
신도 악도 필요 없었다.
그는 단지, 더 많은 클릭, 더 많은 대출, 더 빠른 욕망을 만들었다.
“나는 사육자.
하지만 이미 너희 삶의 지출 속에 있어.”
“이들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를 타락시키고 있어요.
신의 영역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악신은 체계를 먹고 자라고 있는 거예요.”
정우현은 주먹을 쥐었다.
“이건… 단순한 정화로는 안 돼.
이건 사람들의 믿음자체를 바꿔야 해.”
[예고된 혼란]
그때, 회의장 안에서 갑자기 불이 꺼졌다.
그리고 어둠 속, 이름 없는 무당이 말했다.
“곧 세상은 스스로 묻게 될 거다.
‘과연 신이 있어야 하는가?’
그 의문이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신은 더 이상, 신이 아니다.”
� 다음 화 예고
14화: 통치자의 그림자
악신의 두 번째 그릇 ‘박무현’이 등장한다.
그는 무속을 ‘권력과 결합한 체계’로 완성시키며, 국민을 선동하고 신의 존재를 정치적으로 조롱한다.
정우현은 그를 막기 위해 처음으로 ‘신이 아닌 대중’을 설득하는 공수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