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통치자의 그림자
14화: 통치자의 그림자
서울 광화문.
한 정치인의 연설로 수천 명이 모였다.
“신이 나라를 구한다고요?
신이 사람을 살린다고요?
아닙니다.
이 나라를 살린 건 국민 여러분이고, 당신들이 바로 신입니다!”
청중은 함성을 질렀고, 스피커 위에서 손을 높이 든 사람 박무현의 입가엔 조용한 미소가 떠올랐다.
[신을 조롱하는 정치]
정우현과 윤서린은 TV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었다.
박무현의 눈빛은 놀랍도록 맑았고, 그 말은 거짓이 없었다.
“그는… 악신의 그릇이 맞는 거야?”
“맞아요.”
윤서린은 확신했다.
“그는 악신의 대표 속성 중 하나인 ‘질서의 악’을 품었어요.
악신은 혼란에서 태어나지만, 이 남자는 ‘질서를 통해 악을 확산’시키는 타입이에요. 논리로 사람을 설득하고, 시스템으로 악을 감춘다.”
[심리전의 시작]
박무현은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신을 빙자한 범죄,
굿이라는 이름의 사기,
무당이라는 탈을 쓴 장사꾼들.
우리는 더 이상 그런 허상을 믿지 않아야 합니다.”
“제가 만들고자 하는 법안은,
굿과 주술 행위의 세금 부과, 신고 의무화입니다.”
그의 말은 모두 합리적이었고, 실제 통계를 인용한 근거 있는 말들이었다.
심지어 몇몇 진짜 무속계 인사들조차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현은 말없이 모니터를 껐다.
“…그의 말은 사실이야.
우릴 조롱하고 있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어.”
[정우현의 선택 – 대중 앞의 공수]
“공수를… 사람들 앞에서 해볼 생각 있어요?”
서린의 말에 우현은 놀랐다.
“지금까진 신 앞에서만 말했잖아요.
근데 이젠, ‘사람들 앞에서 신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바꿔야 할 때’예요.”
정우현은 한참을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유튜브 생방송 – 첫 공수]
장소: 한 폐사찰
시청자 수: 3만 명 돌파
정우현은 카메라 앞에 앉았다.
의식복 없이, 사제복도 아닌 평범한 셔츠 차림.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신을 믿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누군가 죽어도 신이 안 구해주는 걸 봤고,
기도해도 현실은 안 바뀌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한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고 나서야,
신이란 존재가 꼭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신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의 결과입니다.”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할 때,
누군가를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할 때,
그 자리에 신은 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심판하지 않을 겁니다.
그 대신…
신의 이름 없이도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어요.”
[반응]
생방송 후 수천 개의 댓글이 쏟아졌다.
“신이 없다고 말하는 정치인보다,
신 없이도 책임지겠단 이 사람 말이 더 믿음이간다.”
“이 사람, 종교 지도자 아니고 그냥… 사람이다.”
“가짜가 아니라, 진짜 무속은 이런 거였던 거구나…”
그날 밤, 정우현의 이름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 3위에 올랐다.
그리고 박무현은, 조용히 방송을 다시 보며 웃었다.
“흥미롭군.
‘공수 없는 신의 사제’라…
다음 수는 내가 두지.”
[검은 의회의 반응]
이름 없는 무당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박무현은 가면을 쓰지 않았다.
그는 신보다 ‘합리’를 선택한 인간이니까.
그러나, 합리란 말엔 감정이 없다.”
그녀는 검은 가면을 쓰며 말했다.
“그러니… 감정을 흔드는 ‘셋째’를 준비해라.
쾌락의 악.
다음은 연예계다.”
� 다음 화 예고
15화: 악의 아이돌
SNS를 통해 대중의 사랑과 증오를 한 몸에 받는 ‘국민 남동생’ 아이돌이
다음 악신의 그릇으로 등장한다.
쾌락과 중독, 욕망의 시대 속에서 정우현은 대중의 진심 없는 ‘좋아요’와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