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대신

15화: 악의 아이돌

by 수원 박선생

15화: 악의 아이돌

서울 청담동.

초대형 스크린에 대형 콘서트 예고 영상이 흘러나왔다.

[THE ONE - 리진, 첫 단독 팬콘서트!]

국민 남동생, 리진.

당신의 사랑이 그를 완성합니다.

이름: 이리진

나이: 22세

직업: 아이돌, 배우, 모델

팔로워 수: 1,120만

광고 계약 수: 23건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가 지금, 악신 의회의 세 번째 그릇, 쾌락의 악

탐(貪)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을.

[이상한 인기]

“무언가… 부자연스러워요.”

윤서린은 이리진 관련 영상을 보며 말했다.

그의 외모, 말투, 표정… 모두 완벽했다.

그런데 기이하게, 사람들이 그를 향해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건 팬심이 아니에요.

이건… 집단 중독이에요.”

“악신이 직접 조종하는 거야?”

“아뇨.”

서린은 고개를 저었다.

“더 무서워요.

악신은 그냥, 대중의 욕망에 살짝 스며들기만 했어요.

대중이 자발적으로 ‘탐욕’을 키우고 있는 거예요.”

[SNS 피드의 정체]

정우현은 팬들의 피드를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리진이 웃었어. 오늘 하루 살아갈 이유.”

“리진 손목에 점 있는 거 알았어? 디테일 미쳤다…”

“리진 보고 싶어서 숨 막힌다.”

“리진을 욕하는 애들, 진심 인간 맞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의탁한 의존이었다.

“이건… 감정의 공명(共鳴)이 아니라, 감정의 착취야.

리진은 이미 신처럼 여겨지고 있어.”

[악신의 출현 – ‘리진’의 두 얼굴]

콘서트 리허설 현장.

무대 뒤, 화장 거울 앞에 선 이리진은

카메라가 꺼진 순간, 표정을 거둬들였다.

“…역겨워.”

거울 속 그의 눈이 검게 번들거렸다.

“‘사랑해’라는 말 백만 번 들어봤지만, 날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

그는 손등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욕망을 줄게.

나를 보면 다들 원하게 될 거야.

내가 신이니까.”

거울이 살짝 깨지며, 그 속에서 검은 실선들이 꿈틀거렸다.

[정우현, 무대에 서다]

이리진의 콘서트 날.

SNS를 통해 생중계되는 공연에 정우현은 ‘게스트 예언자’라는 이름으로 초대받았다.

“이 무대에 나가야 해요.”

윤서린이 말했다.

“쾌락의 악은 ‘말’로 꺾을 수 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말’로서 사람들의 무의식을 깨운 적이 있어요.

이번엔 신의 공수가 아니라, 사람의 언어로 대중을 설득해봐요.”

[라이브 무대 – 대중과 맞서다]

무대 위.

정우현은 2만 명 관객 앞에 섰다.

수백 개의 카메라, 생중계 채널, 실시간 채팅창.

그는 작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이 무대에 오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지금, 누군가가 여러분의 사랑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감정이 ‘내 고통을 대신해 줄 사람’을 찾는 수단이 되는 순간

그건 사랑이 아니라 착취입니다.”

“그 사람은 신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그저…

당신의 ‘좋아요’와 ‘댓글’ 위에 만들어진 거울 속 환상일 뿐입니다.”

잠시 정적.

그리고—

“저 자식이 리진 욕했어!!”

“저건 모자란 놈임?”

“리진이 우리 대신 아파준 건데…”

악플이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쾌락의 폭주]

그 순간, 무대 위 조명이 무너지고 이리진이 등장했다.

그의 눈은 검고,

그의 손끝에서 대중의 감정 파동이 칼날처럼 퍼져 나왔다.

“감히 널 나랑 비교해?

넌 신이 아니야.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사랑은… 대가 없는 게 아니야. 사랑엔… 권리가 있어.”

그의 목소리는 관객의 감정을 조작했고, 공연장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공수가 아닌 공감]

정우현은 손을 들었다.

이번엔 공수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말이었다.

“내가 무속인이든 아니든, 지금 내 앞에 있는 누군가가 아프다면

난 그냥, 사람으로서 말하고 싶었어.”

“너도, 이리진.

진짜로 사랑받고 싶었지?”

이리진의 눈이 흔들렸다.

“근데 그걸 ‘사랑받는 역할’로만 받아들이고 버텼잖아. 그 고통을 누가 알아줬을까?”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함께 견디는 거야.”

[쾌락의 악, 붕괴]

순간,

이리진의 몸에서 퍼지던 검은 파동이 멈췄다.

그는 무릎을 꿇고,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처음이야.

누가 나한테…

‘너 괜찮아?’라고 말해준 거.”

관객들도 조용히 숨을 죽였다.

그리고, 공연장 밖에서 바리공주가 나타났다.

“넋이 풀렸어요.

이제… 그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 다음 화 예고

16화: 깨진 거울

이리진이 쾌락의 악에서 벗어난 이후,

대중은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소비했다”는 죄책감을 마주한다.

정우현은 처음으로 대중이 신에게 묻는 질문을 듣게 된다:

“신은, 우리가 만든 상처도 구원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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