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대신

16화: 깨진 거울

by 수원 박선생

16화: 깨진 거울

이리진은 무대 뒤 작은 병실에 앉아 있었다.

환호성도, 악플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공간.

정우현은 그 옆에 조용히 앉았다.

“진짜… 무서웠어요.”

이리진은 입을 열었다.

“모두가 날 사랑한다고 했는데, 하나도 따뜻하지 않았어요.”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버텼어?”

“누가 그러더라고요.

스타는, 신이랑 비슷하다고.

보는 사람 마음속에 살아야 하니까.”

정우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대중의 자각]

다음 날.

SNS와 커뮤니티에는 전날 공연 영상이 빠르게 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전처럼 분노와 감정이 폭발한 게 아니라,

조용한 침묵과 질문이 확산되었다.

“내가 그를 사랑한 게 맞나?”

“우린 그를 아낀 게 아니라, 그의 고통을 엔터테인먼트로 본 건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게 이렇게 위험한 일이었나?”

좋아요 대신 삭제,

댓글 대신 침묵,

그게 이번 회차의 여론이었다.

[첫 번째 대중의 기도]

그리고, 한 익명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 한 편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진짜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를 ‘리진’이라 불렀지만,

그게 진짜 이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

“내가 원한 건 사랑이 아니라, 내 상처를 덮어줄 우상이었어.”

“신이 있다면, 우리가 만든 상처까지도 치유할 수 있을까?”

[정우현의 대답 없는 공수]

정우현은 그 글을 읽은 후, 오랜만에 신당에 앉았다.

바리공주가 조용히 물었다.

“당신에게 처음으로

‘신에게 묻는 기도’가 왔어요.

이젠 신으로서 대답할 건가요?”

우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신으로 대답하지 않을 거예요.

그 대신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으로서, 곁에 있을 거예요.”

[이리진의 선택]

며칠 후, 이리진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공식적으로 연예 활동을 중단하며 말했다.

“전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누구보다 외로웠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이제 진짜 제 이름으로 사는 것뿐입니다.”

“이리진은 끝났습니다. 이제, 이진수로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였다.

[악신 의회 내부]

“셋이나 실패했군요.”

검은 의회의 회의장.

이름 없는 무당은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들도 실패한 게 아닙니다.

단지 ‘기억된 것’뿐입니다.”

그녀는 검은 거울을 가리켰다.

거울 속엔 수많은 얼굴이 깜빡이고 있었다.

“신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겠지만,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아요.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감정의 붕괴가 아니라 현실의 전복이니까요.”

[마지막 장면 – 어머니]

정우현은 밤중, 작은 편지를 받았다.

보낸 사람: 없음

“당신이 지키는 사람들, 그들이 정말 신의 편인가요?”

“당신이 외면한 또 다른 이름 없는 무당이, 곧 당신 앞에 나타날 겁니다.”

그리고 봉투 속엔, 한복 입은 여인의 낡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

사진 뒤에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여인을 기억하십니까?”

� 다음 화 예고

17화: 이름 없는 무당

정우현이 무속과 신을 외면하던 시절,

한 차례 만났던 ‘진짜 무당’이 있었음을 떠올린다.

그녀는 세상에서 잊힌 존재였고,

지금은 악신의 사제이자, 이름 없는 무당의 본래 이름으로 되살아나려 한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6화열두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