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대신

17화: 이름 없는 무당

by 수원 박선생

17화: 이름 없는 무당

한복 입은 여인의 낡은 사진.

뒷면엔 손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신도 외면한 자.”

“이제, 내가 신이 되겠다.”

정우현은 사진을 손에 쥐고, 오래된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과거 – 7년 전, 군부대 정신상담관 시절]

신병 중 한 명이 돌연 이상행동을 보였다.

공포감, 환청, 반복된 자해 시도.

우현은 군 상담사로 파견되었고, 부대는 ‘무속적 원인’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날 밤.

우현은 비공식적으로 한 무속인을 초대받았다.

기록에도 남지 않은 여성.

그녀는 허름한 진한 남색 치마저고리에 방울 하나만 들고 있었다.

“신이 이 아이 곁에 있지 않네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왜죠?”

“신은… 이 아이가 신을 믿지 않기 때문이에요.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겐, 신이 곁에 머물지 않아요.”

우현은 그 말에 반발했다.

“그럼 이 아이가 고통받는 게 자기 탓이라는 겁니까?”

“…아뇨.

신은 그냥, 말이 없어요.

그 침묵이 잔인한 거죠.”

그녀는 방울을 흔들며 낮게 말했다.

“그렇다고…

신 없는 아이들을, 그냥 둬야 할까요?”

[현재 – 과거를 떠올리다]

정우현은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그녀야.

그 여자가… 이름 없는 무당이야.”

윤서린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당신이 그때… 외면한 거예요?”

“아니… 정확히는, 기록하지 않았어.

그녀의 존재도, 도움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어.”

“…왜요?”

“그땐…

내가 믿지 않았으니까.

신도, 무속도, 그녀가 지킨 아이도 그 모든 걸 그냥, 사건으로만 처리했어.”

[악신의 목소리]

그날 밤.

정우현은 꿈에서, 익숙한 공간을 다시 마주했다.

비밀 회의장.

그리고 중앙에 서 있는 한 사람.

이름 없는 무당.

아니, 과거 우현이 외면한 그 ‘무명(無名)’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눈이 없는 듯한 검은 안대를 하고 있었다.

“나, 기억하나요?”

“당신은 날 부르지 않았고, 난 그 침묵 속에서 신을 떠났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신이 되지 못한 자는, 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곧, 나의 이름을 알려줄게요.

그게 이 전쟁의 끝이 될 테니까요.”

[신들의 반응]

다음 날,

각성한 신령들이 정우현 앞에 모였다.

바리공주: “그녀는 죽은 자들의 슬픔으로 신이 되려 했어요.

그건 이승의 방식이 아니에요.”

군웅대신: “그녀는 잊힌 영웅이 아니에요.

그녀는 기록되길 거부한 자예요.”

선황대신: “이제, ‘진실을 밝히는 공수’가 아니라 ‘진실을 마주하는 공수’를 준비해야 한다.”

[공수 예고 – 진실의 공수]

정우현은 천천히 단청이 벗겨진 오래된 신단 앞에 앉았다.

“이제까지 나는, 신의 뜻을 전하려 했어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신이 외면한 사람들의 진실을…

그대로 읽어야 합니다.”

그 순간,

손끝에서 익숙한 물의 기운이 아닌, 무거운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 다음 화 예고

18화: 무명의 이름

마침내 이름 없는 무당의 진짜 이름이 공개된다.

그녀는 ‘이름을 가진 순간 버려졌던 존재’로,

이름 없는 자들의 모든 한을 집결시켜 신의 자리를 공격한다.

정우현은 그녀와의 대면을 통해, 신과 인간 사이의 잔혹한 균열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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