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무명의 이름
18화: 무명의 이름
서울 외곽, 폐허가 된 성당.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붕이 무너진 제단 중앙에,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름이 없었다.
그러나 곧, 세상은 그녀의 이름을 듣게 된다.
[공수의 시작 – 이름을 불러야 한다]
정우현은 신당 앞에 앉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모든 존재는 이름으로 불리며 세상과 연결됩니다.”
“하지만 이름을 가진 순간, 우리는 어떤 운명도 짊어져야 합니다.”
“이제,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신이 외면했던 무당.
사람들이 잊었고, 내가 외면했던 그 이름을”
그의 손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며 흙처럼 바닥을 울렸다.
“그녀의 이름은…”
[그녀의 이름 – 윤미령(尹美伶)]
“윤미령…”
말이 끝나자, 성당 제단 위에 앉아 있던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야 부르네.
내 이름.”
그녀의 눈은 가려져 있었고, 입가는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는 슬픔으로 뒤틀려 있었다.
[윤미령의 과거 – 버려진 무당]
20년 전.
작은 시골에서 무속을 이어받은 열여덟 소녀.
신의 뜻을 전하고자 수많은 사람을 돕고, 굿을 했지만
도시는 그녀를 ‘사이비’라 불렀다.
어느 날, 도청에서 공무원이 찾아왔다.
“더 이상 굿하지 마세요. 주민 민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모든 신단을 빼앗겼다.
“무당이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내가 해왔던 모든 삶이 사라졌어요.”
[신의 침묵]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밤마다 제단에 앉아 기도했다.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하지만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정우현,
그도 마찬가지였다.
“당신마저, 날 말하지 않았죠.
제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신이 말이 없는 건, ‘말할 가치조차 없다’는 뜻이라는 걸.”
“그래서 난…
이제 ‘말 없는 신’을 파괴하려 합니다.”
[윤미령의 선언 – 신을 파괴하는 의식]
윤미령은 무너진 성당의 중심에 섰다.
그녀의 뒤로, 검은 열두 장의 위패가 놓였다.
“이제 이 세상엔 이름 없는 자들을 위한 신이 필요해요.”
“우린 조용히 살았고, 조용히 사라졌지만
이젠 우리를 위해 신을 지워야 할 시간이 왔어요.”
그녀는 손을 들고 외쳤다.
“나는 윤미령.
이름 없는 무당.
세상에서 버려진 자들의 신이다!”
검은 하늘이 갈라지고, 그 안에서 새로운 문양이 떠올랐다.
거짓 신의 문장.
[정우현의 혼란]
정우현은 손을 움켜쥐었다.
한때 자신이 외면했던 사람, 그가 적으로 마주하게 될 인물은 누군가의 구원이었던 존재였다.
“…내가 만든 거야.”
선황대신이 조용히 말했다.
“아니.
그녀는 신이 만든 존재도, 악이 만든 존재도 아니다.”
“그녀는 신이 기억하지 않은 인간이 만든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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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검은 제단
윤미령은 ‘신의 무력함’을 증명하기 위해
각성하지 못한 네 번째 신령, 장군대신의 그릇을 타락시키려 한다.
정우현은 그를 막기 위해, 과거 가장 미워했던 존재—자신의 아버지와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