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머리를 쓰는 일이 삶을 지킨다

노후 머리쓰기

by 이천우

노후, 머리를 쓰는 일이 삶을 지킵니다


노후 머리쓰기는 꼭 필요합니다



“요즘은 이름이 잘 생각이 안 납니다.” “방금 뭘 하려고 했는지 까먹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말을 종종 듣고, 스스로도 경험하곤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기억이 흐려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생각이 느려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느려짐’은 단순히 누군가의 말투처럼 넘길 일이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어도 다음 단계로 옮기지 못하거나, 약속을 잊거나, 일상에서 혼자서 하던 일을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이는 곧 ‘나로서 살아가던 기능’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서는 안 됩니다. 우리에겐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머리를 쓰는 것,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 뭔가를 배우고 꺼내보고 정리해 보는 것 등입니다. 이는 단순한 여가나 취미를 넘어서, 뇌에게 “나는 아직 쓰이고 있다”라고 말하는 중요한 방어 전략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뇌입니다


많은 연구에서도 확인되듯이,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했을 때 언어 기억, 시공간 기억, 처리 속도, 실행 기능 등이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예컨대 평균 72세 노인을 대상으로 한 10회기 인지훈련에서 위 기능들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었고, 1개월 후에도 그 효과가 유지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주 2회 회당 90분씩 12주간 진행된 통합적 인지훈련을 통해 실험군에서 기억·주의·작업기억 등이 향상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OUP Academic)

즉, 글쓰기나 기기 조작, 악기 배우기처럼 ‘새로운 일’ 혹은 ‘익숙하지 않은 방식의 활동’은 뇌를 자극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표현하는 고등 인지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는 것입니다.

일상을 지키는 과제들입니다


기억은 반복 속에서 살아납니다. 한국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인지훈련 집단프로그램들의 효과 크기는 1.113으로 ‘큰 효과’로 평가됩니다. (https://doi.org/10.23286/gri.2025.27.3.013)

이 의미는 단순히 ‘퍼즐 하나 풀었다’ 수준을 넘어섭니다. 회기 수, 빈도, 시간 등 훈련의 구조가 중요합니다. 한국의 연구에서도 회기 수 10회 이상 ∼20회 미만, 주 2회, 회당 시간 70분 이상이 효과가 더 크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매주 있었던 일을 손으로 적기, 옛 사진을 보고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정해진 시간에 문제를 풀거나 글을 정리해 보는 습관 등 이러한 활동이 “계획 세우기 → 기억 꺼내기 → 말로 정리하기”라는 훈련을 뇌에 반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억 운동’이 아니라 일상을 지키는 기능을 다지는 훈련입니다.

혼자보다 함께할 때 더 효과적입니다


많은 연구들은 인지활동과 함께 신체활동, 사회적 교류가 결합될 때 효과가 더 크다는 방향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인지‑신체 복합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에서는 계산능력, 반응속도, 주의집중 등에서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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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혼자 퍼즐을 푸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활동, 설명하고 질문하고 듣는 과정은 뇌에게 더 깊은 자극이 된다는 뜻입니다. 사회적 연결은 뇌가 작동하는 망을 유지하게 돕고, 외로움이나 위축감이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기분이 생각을 결정합니다


여러 논문에서도 인지기능 개선 프로그램 참여 후 우울·불안이 감소하고 생활만족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lzheimer’s Association)

우울하거나 무기력할 때는 ‘생각의 속도’도 느려지고 집중도 흐려집니다. 반면 작더라도 성취감을 느끼는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결국 사고력 유지에 간접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그 낯선 도구와 친해지기입니다


“나는 스마트폰은 잘 안 씁니다.” “컴퓨터는 나와 거리가 멉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도 스마트폰 기반 기억훈련 프로그램이 중·노년층의 인지기능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다는 예비 연구가 있습니다.

물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메모 앱에 할 일을 적고, 사진을 정리하고, 영상통화를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뇌는 ‘주의 전환’, ‘정보 처리’, ‘기억 회상’이라는 중요한 동작을 반복하게 됩니다. 디지털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머리를 꾸준히 쓰는 데 더없이 좋은 도구입니다. (Health)

늙는다는 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치매는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상태로 확립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연구들도 ‘인지 활동’을 통해 일상의 기능을 지키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 ‘나로서 남아 있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노후의 공부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공부입니다. 오늘 하나의 단어를 외우고, 지난 한 주 느낌 소감을 적어 보고, 낯선 기기를 만져보는 그 작은 실천이 내일의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지탱해 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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