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U 유스티노회 동문들은 11월 8일 경주로 가서 불국사와 석굴암을 견학하고, 감포항에서 오찬을 나눈 뒤, 바닷가 카페와 해변에서 오후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여정은 이동과 휴식, 사색과 대화가 균형을 이루도록 구성되었고, 구간마다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돌이 세운 질서와 파도가 만든 리듬이 하루의 악보가 되었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마음의 속도를 조정하며 여유를 가졌다.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밝은 표정이 되돌아온, 고요하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출발의 기도와 오늘의 약속
아침 8시, 대구은행 본점 앞에서 우리는 짧은 인사로 하루의 버튼을 눌렀다. 곧 28인승 버스에 지도신부님과 동문 17명이 차례로 오르자 통로 가득 잔잔한 설렘이 번지며 본격적인 나들이 모드로 전환되었다. 이내 신부님의 시작기도로 오늘의 목표를 ‘배려’와 ‘화합’으로 정리했고, 곧바로 묵주기도 5단을 바치며 마음의 초점을 한곳에 맞추었다. 이어 김밥 상자가 열리자 긴장은 금세 풀렸고, 창밖으로 들판과 산기슭이 슬라이드처럼 지나가는 리듬을 타며 처음 참석한 몇 분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덕분에 버스 안의 공기는 서서히 익숙한 이름과 웃음으로 채워졌고, 대화의 호흡도 한층 부드럽게 정리되었다.
불국사에서 배우는 현세의 질서
다음으로 우리는 불국사 입구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경내에 들어섰다. 그 순간부터 다른 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계단과 마루의 고저가 걸음의 박자를 조용히 교정하며 걸었다. 지도신부님의 깊이 있는 해설을 듣고 불국정토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이어 연화교와 칠보교를 건너는 동안 공간의 성격이 한 계단씩 열리며 마음가짐이 단정해졌다. 또한 대웅전과 비로전으로 이어지는 축은 믿음의 중심을 눈앞에 펼쳐 보였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축으로 모였다. 그래서 말수를 줄이고 보폭을 좁히자 서로의 간격이 예의와 존중으로 유지되는 자리로 올라설 수 있었다.
석굴암에서의 침묵과 관조
이어서 토함산 길을 올라 석굴암 앞에 줄을 서니 바람이 언어의 가장자리를 걷어 갔다. 곧 원형 주실과 전실의 비례가 중심을 향한 마음의 수렴을 부드럽게 돕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본존과 권속상의 배열은 교학적 위계를 품고 있었다. 보살·제자·신장들이 앞·옆·뒤에 서고, 높이와 거리, 바라보는 방향을 달리한 그 배치 자체가 불교 교리의 위계와 질서를 눈앞에 드러내는 도상 언어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말로 듣는 설명보다 침묵 속에서 더 또렷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오늘 잠시 스치듯 관람한 시간이었지만, 젊은 시절의 장면과 최근의 분주함이 포개지며 호흡은 다시 일정한 깊이를 되찾을 수 있었다.
감포항 오찬과 동문들의 온기
한편, 토함산을 내려와 감포항 횟집인 오찬장에 이르자 동문들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우선 신선한 회와 따뜻한 매운탕 국물이 오전의 걸음을 편안히 마무리했으며, 동시에 바다의 내음이 피로를 덜어 주었다. 이어 참석자들의 건배 제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살아온 얘기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세심하게 물으니 테이블은 금세 가까워졌다. 김으로 회를 싸 먹자 고소한 맛이 감돌았다. 접시가 비워질 때쯤 예전 강의와 과제 이야기가 웃음과 함께 되살아났고, 식탁 위의 대화는 과거와 현재를 매끄럽게 이어 주었다.
바닷가 카페의 느린 시간
그리고 오찬장에서 바닷가 카페로 옮겨 창가에 앉자 감포 앞바다의 파도 소리가 실내 음악과 겹쳐 잔잔한 리듬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커피와 차의 온도가 천천히 식어 가듯 목소리도 낮아지고 표정이 서서히 풀렸다. 또한 테이블마다 다른 주제가 오갔지만, 공간의 분위기는 한결같이 평온했다. 결국 창을 통과한 빛과 일렁이는 파도가 해변에서 은빛의 물결을 이루며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풍경을 한참 바라보면서 우리는 오후의 속도를 조용히 조정했다.
파도와 사진, 그리고 웃음
곧이어 해변으로 나가 단체 사진을 찍으며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웃는 사이, 또 하나의 추억이 쌓였다. 이어 파도가 부딪히는 순간을 맞추려고 여러 번 셔터를 눌렀고, 서로의 외투를 잡아 주며 머리칼을 정리해 주는 손길이 자연스레 오갔다. 성난 얼굴처럼 밀려오는 밀물이 백사장을 덮칠 때면 모두가 움칫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바닷물이 옷을 적시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포착하고자 연신 카메라 셔터가 눌렸다. 그렇게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은 차가웠지만 마음의 온기는 넉넉했고, 우리는 잠시 나이를 잊은 채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오늘이 남긴 배움과 다음 계획
한편, 오늘의 동선은 전통과 생활, 산과 바다를 하나의 선으로 묶어 주었다. 더 나아가 동문들의 정기적 만남이 서로의 안부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임을 우리는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장소가 달라지자 시선과 주제도 함께 넓어져 대화의 밀도가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우리는 2026년 4월 17~18일 피정을 준비하기로 하고, 오는 12월 13일 정기총회 약속을 분명히 정리했으며, 작은 나눔이 내일의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마음속 달력을 단단히 표시했다.
돌아오는 길의 묵상
끝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도신부님의 마침기도로 하루를 정리하자 석양이 차창을 부드럽게 물들였다. 이어 카톡방에 사진을 올리고 연락망을 손보니 기억의 저장고가 금세 차올랐다. 그러자 밀리는 차들의 일정한 소음에 맞춰 삶·죽음·근원에 대한 질문이 조용히 떠올랐다. 결국 오늘의 걸음이 내일의 배려로 이어질 때 유스티노회의 이번 나들이는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 우리는 마음속으로 다짐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야 할 작은 약속들을 조용히 품을 수 있었다.
이번 나들이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돌의 질서와 파도의 리듬 사이에서 우리는 배려와 연대를 다시 배우며 순례를 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참석한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